<사랑하지 못하는 자들의 사랑>(봄들 펴냄).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철학과 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하영씨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이다. 학부 때 독립출판으로 펴낸 단편집 <불>(공저)에 이은 두 번 째 책이다. 출판사 공모에 뽑혀 세상에 나왔다.
이 작품은 심리학과 여대생 독고희가 사춘기 때 찾아온 자기혐오의 늪에서 벗어나 생의 의지를 찾는 이야기다. 홀로 자신을 키운 소설가 엄마의 “온기가 결여된 목소리”에 어려서부터 수치심만 키운 희는 우연히 엄마와 함께한 20년 세월의 이면을 알게 되면서 “극소의 힘으로 영혼의 커튼을 몇 센티” 열게 된다. 희가 “맹목적인 자기혐오는 가장 비겁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매개는 쇼팽의 피아노곡이었다. 희는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통찰을 통해 “매 순간에 깃든 기회이자 시간의 숨겨진 역할”을 깨닫는다.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고로 미래가 존재한다”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제가 좋아하는 최인훈 작가의 작품엔 고민하는 남성 주인공이 나옵니다. 여성은 그 고민을 도와주는 역할 정도죠. 제가 그간 읽은 소설에서 의식과 시간 같은 추상적 주제를 두고 사유하는 여성 주인공을 찾기 힘들었어요. 그런 작품을 읽고 싶은 욕망을 제가 직접 소설을 써서 풀었죠.” 지난 31일 전화로 만난 작가의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희는 음악을 매개로 한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해 자기혐오와 맞설 힘을 얻는다. “희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여 자기혐오에 빠졌어요. 그러다 음악을 통해 미래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미래로 나아갈 자격이 있다는 걸 허락하죠. 굉장히 큰 결단입니다. 저는 이 결단이 이성적 판단 즉 철학적 사유를 통해 나왔다는 걸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학원에서 독일 철학을 전공하는 작가는 철학과 문예창작은 상호보완적이라고 생각한다. “철학과 문학은 둘 다 좋은 사유에서 나옵니다. 좋은 철학은 개별적 삶과 유리되지 않아야 하죠. 개별자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표시가 문학이기도 하고요.” 그 상호보완의 대표적인 예로 작가는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를 꼽았다. “카뮈는 이 세상의 부조리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죠. 부조리와 타협하지도, 체념하지도 않았어요.” 그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책이 “자기혐오의 감정으로 외롭게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사유의 촛불을 밝혀주기를 소망한다”고 썼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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