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작가. 엘리 제공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민은영 옮김/엘리·1만4500원 분노는 작가를 일으켜 세운다. 1991년생 흑인 작가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는 미국에서 가난한 흑인으로 살아오며 겪은 인종차별, 불평등의 문제를 첫 소설집 <프라이데이 블랙>(Friday Black, 2018년)에 담았다. ‘핀컬스틴의 5인’, ‘어머니가 해준 말들’, ‘그 시대’ 등 단편 12편을 묶은 이 책은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에스에프(SF)적인 상상력과 경쾌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핀컬스틴의 5인’은 흑인으로 보이지 않도록 피부색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 주인공 이매뉴얼이 살아가는 폭력의 사회를 보여준다. 피부색을 밝게 조절하지 못하면 그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흑색도가 8.0까지 벌떡벌떡 치솟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그들은 엄청나게 친절하면서도 무심한 모습을 꾸며내려 애썼다. 마치 거대한 텐트 안에 함께 있는 호랑이나 코끼리를 지켜보듯이.” 소설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불의의 가상 공간도 그린다. ‘지머랜드’는 흑인을 죽이는 체험을 ‘정의 실현’ 게임으로 만든 테마파크의 이야기다. 이곳에서 일하는 주인공 흑인 청년 ‘나’는 매일 살기 어린 눈을 한 백인 고객들이 쏜 가짜 총을 맞는다. “나는 조용히 죽어 있다. 눈을 뜬 채로 하늘을, 고객의 눈을, 그의 인간성을 똑바로 응시한다.” 이 가상의 테마파크는 현실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아제브레냐 작가는 2012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17살 흑인 트레이본 마틴 살해 사건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섬광을 뚫고’는 “딱 한번 일어났으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사건” 곧, 계속되는 인종차별 범죄와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을 언급한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누구든 옆에 함께 있다면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이들이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함께 서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 있다. 작가는 소비 자본주의를 향해 날선 비판의 화살도 던진다. 표제작 ‘프라이데이 블랙’은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 프라이데이’를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시체가 나뒹구는 상점에서 손님들은 “저게 있으면 외롭지 않을 거야”라며 상품을 향해 돌진한다. “이제 사람들이 날 좋아할 거야.” 물질만능주의의 빠진 사회의 민낯이 꽤 섬뜩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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