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김영사·1만5500원
“우리가 수년간 해왔던,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건을 사고 비행기를 타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 등의 대다수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인’ 일이었다.” (한국어판 서문 가운데)
이 문장만으로도 작가의 통찰을 엿보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나무와 식물의 일생에 빗대어 여성 과학자로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랩 걸>(한국어판 2016)을 통해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지구생물학자 호프 자런의 새 책이 나왔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지은이는 본인의 성장과정과 지구생태계 변화를 솜씨좋게 엮어가며 과학자이자 작가로서 비범함을 다시 한번 펼쳐 보인다.
생명, 식량, 에너지, 지구까지 4부로 나누어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본문, 이어진 부록에는 인간이 취해야 할 행동과 ‘환경 교리문답’ 등까지 친절하게 붙여놓았다. 자신이 태어난 1969년에 견줘 지구환경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쉬운 통계로 서술한 부분은 책의 뼈대를 이루어 신뢰감을 높인다. 이를테면 인간이 도살한 동물의 수는 1969년에 견줘 6배나 많아졌고 그중 10%는 미국에서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이 함께 육류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세계 곡물 생산량이 40% 가까이 늘어난다. 1970년에 미국인이 매일 평균 170그램의 음식을 버렸는데 오늘날 300그램으로 늘어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계 (음식) 폐기물의 엄청난 양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량의 양에 맞먹는다.”
50년 전보다 지구 인구는 두 배, 아동 사망률은 절반, 육류 생산량은 세 배, 비행기 승객은 열 배가 늘어날 만큼 인간은 풍요로워졌다. 반면 지구표면 평균 온도는 화씨 1도가 올랐고 평균 해수면은 10센티미터가 높아졌다. 절반 정도는 빙하가 녹아 발생한 것이다. 모든 어류와 식물 종의 4분의 1에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나는 등 지구는 달라졌다. 달라진 지구는 인간에게 무엇을 돌려줄까. 그래도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더 늦으면 안 된다는 경고 사이, 어딘가 우리 모두 헤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책. “덜 소비하고 더 나누라”고 절박하게 요청한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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