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음, 김명남 옮김/바다출판사·1만6000원
‘명랑한 은둔자’. 모순되는 것 같지만 찰떡같이 달라붙는 단어의 조합이다. 사실 저자의 삶이 그렇게 명랑해 보이지는 않는다. 서른여덟살의 싱글, 한 줌에 불과한 친구들, 비어 있는 주말 일정, 시리얼을 먹으며 강아지와 함께 드라마를 보는 매일의 저녁. 저자 역시 이런 삶이 외롭고 불안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는 “고독과 고립의 경계선”에서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두운 동굴을 탐험하듯 오랫동안 깊게 응시해왔다. 그 과정을 통해 기꺼이 선택한 고독 안에서 그는 스스로를 향해 ‘명랑한 은둔자’라고 명명한다.
알코올중독과 다이어트 강박증 등 강박과 중독에 관한 솔직하면서도 냉철한 글들로 주목 받고 마흔둘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저자의 유고 에세이집이다. 고독과 고립, 가족과 친구, 이별 등 전작들보다 좀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고립’과 ‘고독’은 저자의 평생의 주제였던 ‘나 자신’을 분석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그는 어색한 만남과 사회생활을 힘겨워하면서 고독을 선택했지만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 자주 휩싸였다. 저자는 고독과 고립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는 기꺼이 고독한 삶을 살고 싶으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기꺼이 취약해질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고립을 벗어나 우정 등 솔직하면서도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 아닐까. 특히나 누구나 고독과 고립의 줄타기 속에서 ‘코로나 블루’에 빠지기 쉬운 요즘, 자신의 모순된 감정과 욕망에 대한 냅의 명민한 해석과 친구처럼 따뜻한 조언이 딱 필요한 시기인 듯하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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