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오창은 지음/서해문집·1만6000원
오창은 교수(
사진·중앙대)의 새 책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은 동시대 북한 소설을 대상으로 한 남한 최초의 평론집을 표방한다. 2018년과 2019년 여름과 겨울 방학 때마다 연변대에 머무르며 그곳 도서관에서 북한 신문과 잡지를 뒤적였던 공력이 책의 바탕을 이루었다.
북한 문학은 철저하게 당과 국가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 작가들은 전문 창작 기관에 소속돼 봉급을 받아 가며 활동하고 작품은 당의 지도와 검열을 거친 뒤에야 발표된다. 형편이 이런 터에 북한 문학 작품을 평론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 아니 애초에 평론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의문에 대해 오 교수는 ‘비체제 민중주의적 방법론’을 답으로 내놓는다. “북한 체제 내 문학계에도 문학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작가가 있고, 민중의 입장에서 삶의 방향을 탐색하려는 작가가 있다”는 판단 아래, 당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 표출된 민중적 삶의 진실을 포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작품의 표면에 못지 않게 그 이면을 해석하는 ‘징후적 독해’를 시도한다.
가령 김옥순의 2018년작 ‘동창생’은 대학 단짝이었던 두 여성을 통해 공민적 의무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그런데 오 교수는 이 작품에 지나치듯 나오는, “배고파 우는 어린것들에게마저 보리밥 한 그릇 제대로 퍼줄 수 없었던 그 시절” 같은 구절에 주목한다. 북한 문학에서 1990년대 대기근 상황을 직접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작품은 일종의 ‘누설의 서사’로써 감추어졌던 진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오 교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림 사업을 예찬하는 ‘푸른 숲’(황철현)에서 “지역공동체와 국가기구의 긴장 관계”를 포착하며, 2016년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를 다룬 ‘유봉동의 열여섯 집’(서청송)에서 물난리를 겪는 주민들이 수령들의 초상화를 구하려다 희생된다는 설정은 “‘초상화’로 상징되는 체제로 인해 북한 주민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반복해 표현했다는 적극적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당대 북한 소설을 대상으로 한 오창은 교수의 평론은 이 밖에도 생태주의와 생산력주의의 충돌 양상, 선군시대 북한 여성의 열망과 강박, ‘비극이 없는 낙관주의’라는 원칙에 반하는 비극의 서사화 등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2014년 첫 출간되었던 익명의 작가 ‘반디’의 반체제 소설집 <고발>을 “북한에서 보내온 문학적 탄원서”이자 “북한 민중의 고통에 대한 증언”으로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