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손원평 지음/은행나무·1만3500원
한 해의 여름을 보내고 다시 여름을 맞게 될 때까지 다양한 결의 만남을 통해 시작과 끝을 경험한 예진은 햇빛이 투과된 프리즘을 바라보며 소망한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어린 시절 좋아했지만 모서리에 발등이 찍혀 얼얼한 통증으로 남았던 장난감을 다시 손에 쥔 그녀는 한 해 동안 “날카롭고 아름다운” 사랑을 겪어냈다. 사랑의 사이클 안에서 예진과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만나게 된 도원, 호계, 재인이 각기 치러내는 만남과 헤어짐 역시 다양한 각도로 프리즘에 닿은 햇빛처럼 여러 색채로 담겼다. 살아온 시간도 지닌 상처도 제각각인 이들은 마음이 가는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고 다가가는 데에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마음의 떨림만큼은 세밀한 문장을 통해 동일한 진동으로 전달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서툴렀던 호계가 내면에서 인 사랑의 감정을 읽고 “사람 사이에 맺는 관계라는 건 자기 자신이 확장되는 것임을 깨닫”고, “언제고 끊어질 수 있는 관계를 수없이 맺으며 살아가게 될 것”을 수긍하는 즈음엔 이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에 독자들도 공감하게 될 듯하다.
올해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부문 수상작인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은 2018~2019년 <악스트>(Axt)에 연재한 이야기를 개작해 펴낸 장편소설 <프리즘>에서 ‘사랑이라는 흔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통과하며 자신을 확장해가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미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본질과 효과를 그려냈다. 사람 사이의 ‘연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 책 속 가득한 사랑의 빛깔이 생기 있는 목소리로 들려온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