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진다는 것
김남시 글·이지희 그림/너머학교·1만2000원
우리는 자주 거울을 들여다본다. ‘머리 스타일이 왜 이러지?’, ‘좀 뚱뚱해 보이나?’ 분명 내 눈으로 내 모습을 보고 있지만 거울을 보는 내내 우리 머릿속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이 지배한다. 특히 사춘기를 겪기 시작한 청소년은 거울을 볼 때 더 예민하다. 다른 사람에 보여지는 내 모습에 촉각을 세운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성인이 되어도 계속된다.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보여진다는 것>은 ‘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청소년들에게 이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러한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책이다. “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는 달리 그에게 보여지는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어요. (…)” 책은 개인이 이러한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순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적 존재’가 된다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행동과 생각은 ‘내 안의 다른 사람의 시선’에 좌우돼 옴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냐고.
저자는 10대들에게 익숙한 ‘셀카’를 통해 타인의 시선에 때로는 저항하며 세상을 바꾸는 ‘주체적인 나’의 모습을 제시하며 답변을 대신한다. “셀카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부합하는 나의 모습을 올려 긍정적 반응을 얻는 매개체가 될 수 있지만, 또한 그 시선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타인의 시선 속에 내재한 규범과 가치 자체를 변화시키는 매체가 될 수도 있어요.” 저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승용차 핸들을 잡고 있는 셀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여성 운전 금지법안을 철폐(2018년 6월)한 일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셀카와 해시태그(#)가 결합해 성차별, 인종차별 등에 저항하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 사이의 충돌과 갈등을 해결하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문제를 차분하게 바라보고 ‘생각 근육’을 키운다면 분명 이전과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중학교 이상.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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