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마음들
김성경 지음/창비·1만8000원
남북 분단체제는 지난 70년간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식지 않는 현안으로 다뤄져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은 대부분 전세계로 실시간 보도되면서 국제적 긴장을 낳았다. 하지만 나라 밖에서 한반도 전쟁위험을 우려할 때 남한사회는 평화로웠고 일상은 태연하게 흘러갔다. 외신들은 북한의 도발 영상과 활기찬 서울 거리 사진을 나란히 편집해 내보내곤 했다.
분단문제를 ‘마음’의 키워드로 분석하는 저자는 분단에 감정적 거리를 두는 한국인들의 태도에 주목한다. 이러한 무감각에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평화에 대한 ‘불감증의 자원’이 되기도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감각할 수 없는 이들이 평화로운 상태가 무엇인지 가늠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은 분단에 대한 무감각과 동전의 양면이다. 독재정권 아래서의 간첩사건들, 정치사회적 불만에 붙여지는 ‘빨갱이’ 딱지들, 가라앉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태극기집회 등에서 위세를 떨치는 북한 음모론 등은 아직도 한국사회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데올로기이자 집단적 감정이다.
저자는 남한인들이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하는 수많은 상호작용이 사실은 분단이라는 규범 아래 수행되고 있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공권력과 서열에 순종적인 습성, 집단 내 피아를 구분하는 관성, 징집제로 인한 군사문화적 행동, 과도한 집단주의적 의식, 공고한 가부장제적 문화와 내재되어 있는 성폭력” 등이 그 예다. 저자는 분단이 구조적으로 해체되지 않는 한 ‘분단적 마음’의 근본적 변화는 힘들지만 반대로 무감각, 적대감, 혐오 같은 분단적 마음이 공감, 연대감으로 전화되어야 분단의 사회구조에도 균열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