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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라산 식물 유래 궁금해 몽골 알타이 스무차례 탐사했죠”

등록 2020-09-24 18:41수정 2020-09-25 02:07

[짬]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김찬수 이사장
김 이사장이 몽골 알타이 탐사 중에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찬수 이사장 제공
김 이사장이 몽골 알타이 탐사 중에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찬수 이사장 제공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은 종 다양성이 뛰어난 곳입니다. 30여년 이상 한라산 식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도대체 한라산의 식물들은 어디서 왔는지가 궁금했어요. 제가 알타이 산맥의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죠.”

최근 <알타이 식물 탐사기-알타이에서 만난 한라산 식물>(지오북)을 펴낸 김찬수(62) 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한라산 왕벚나무 연구자이다. ‘왕벚나무의 분포 및 분류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알타이와 제주 한라산 사이 생태적 연관성을 찾아 나선 지난 10여년 동안의 탐사 결과물이다.

김 이사장이 펴낸 &lt;알타이 식물 탐사기&gt; 표지.
김 이사장이 펴낸 <알타이 식물 탐사기> 표지.

그는 “식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몽골 식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초원에 핀 꽃, 사막과 고산에 핀 꽃들은 우리나라 식물들과 혈연적으로 가깝다. 또 몽골은 역사 문화적으로 우리나라와 밀접해 관심이 많이 가는 지역이다. 몽골의 식물 탐사와 연구 과정에서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책을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이후 몽골 알타이지역을 스무차례나 탐사했다. 알타이는 알타이산맥을 중심으로 러시아 알타이지역과 러시아 연방 알타이 공화국, 몽골의 고비알타이아이막으로 나뉜다. 이르티시와 오브 같은 강들이 발원하는 알타이 동쪽으로 사얀산맥과 연결되고 남동쪽으로는 고비사막의 고원과 만난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를 타고 초원과 사막, 강을 건너 1500여㎞를 이동한 끝에 다다른 알타이지역에서 그는 한라산의 식물들을 만났다.

처음 몽골 탐사를 간 2009년 당시 칭기즈칸의 고향 헨티 초원에서 한라산 정상과 백두산의 고지대 식물들과 유연관계가 깊은 식물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을 보자 온몸에 짜릿한 감동이 흘렀단다. 하지만 몽골 식물 탐사는 쉽지 않았다. 산림청 지원도 받았지만 늘 예산이 모자라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해결하곤 했고, 이방인을 경계하는 현지 주민들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땅이 넓고 교통이 불편해 길을 잃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는 “고비사막에서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어 24시간을 헤매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알타이 식물 탐사 나서
한라산 정상 식물 146종 분포 확인
“42종은 한라산 특산종으로 분화”
몽골서 찾은 124종 우리말 작명도
고비사막서 길 잃고 24시간 헤매기도

“몽골 식물 연구와 발표 계속할 터”

고생이 많았지만 보람은 컸다. 한라산 정상에 자라는 은분취와 비슷한 쓴분취를 만났고, 한라산의 구름미나리아재비와 비슷한 식물에는 알타이미나리아재비라는 이름을 붙였다. 토브아이막의 툴강가에서는 서귀포시 표선과 제주시 하도에서 채집했던 명아주과의 취명아주를 만났으면, 초원에서는 한라산 솔붓꽃과 유사한 붓꽃과의 여러 식물도 보았다. 한라산 특산식물 갯취는 몽골의 호브드와 알타이에서만 채집된 희귀종으로 몽골 준고유종으로 알려진 사실도 알게 됐다. 한라산 고유종인 한라송이풀과 비슷한 구름송이풀은 몽골에서 흔하게 자란다. 김 박사는 탐사를 통해 한라산 정상 일대 46과 146종의 주극 고산식물이 극동 시베리아, 캄차카, 만주는 물론 알타이에도 공통으로 분포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종 가운데 42종은 한라산에서 별도로 적응하고 진화해 특산종으로 분화한 사실도 관찰했다. 그는 탐사에서 우리말 이름이 없는 알타이식물에, 생김새와 유래에서 따온 우리말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붙인 이름이 알타이송이풀, 연노랑솜다리 등 31과 124종이나 된다.

제주 황기(왼쪽)와 알타이 황기. 김찬수 이사장 제공
제주 황기(왼쪽)와 알타이 황기. 김찬수 이사장 제공

한라송이풀(왼쪽)과 알타이 붉은송이풀 김찬수 이사장 제공
한라송이풀(왼쪽)과 알타이 붉은송이풀 김찬수 이사장 제공

김찬수 이사장. 허호준 기자
김찬수 이사장. 허호준 기자

김 박사는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하는 주극 고산식물이 알타이에도 공통으로 분포한다. 빙하기에 한라산으로 확장해 들어온 종들은 캄차카를 위주로 한 시베리아, 백두산을 위주로 하는 만주는 물론 알타이와도 분포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라산 식물의 기원을 찾기 위해 백두산을 10여차례 찾았고,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 탐사를 포함해 캄차카, 시베리아, 그리고 북미 로키산맥도 여러차례 탐사했다.

그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태평양 상의 갈라파고스에서 진화의 메커니즘이 활발하듯 육지 속에 고립된 섬 알타이도 그런 곳”이라며 “알타이를 탐사해보면 유라시아대륙의 전반적인 종의 진화와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점을 알 수 있다. 알타이는 북으로는 시베리아 영구동토대, 동·서·남쪽으로는 사막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의 섬”이라고 말했다. “알타이는 북극 식물의 남한계, 동아시아 식물의 서한계, 인도아대륙 식물의 북한계, 유럽식물의 동한계이지요. 얼마나 흥미로운 식물 진화의 무대입니까?”

앞으로도 몽골의 식물에 대한 연구와 발표를 계속할 것이라는 그는 현재 <용암숲, 곶자왈의 자연사>를 집필 중이다. 지난 2018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장을 맡은 그에게 한라산 식물 연구는 평생의 과제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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