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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굴곡진 중국사 온몸으로 살아낸 형제의 삶

등록 2006-01-19 17:38수정 2006-01-20 15:36

루쉰과 저우쭈어런<br>
쑨위 지음, 김영문·이시활 옮김, 소명출판 펴냄
루쉰과 저우쭈어런
쑨위 지음, 김영문·이시활 옮김, 소명출판 펴냄
잠깐독서
중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한 송씨 세자매의 극적인 삶은 대부분 들어 알고 있다. 여기 그보다 더 극적으로 엇갈린 운명의 형제 이야기가 있다. ‘루쉰과 저우쭈어런’, 현대 중국 양심의 근원과 중국을 배반한 친일 매국노가 한 형제라니!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 루쉰(魯迅)의 명성이야 덧붙일 필요가 없지만, 저우쭈어런(周作人)은 누구일까? 루쉰의 본명이 저우수런(周樹人)이니, 그는 20세기초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던 저우씨 삼형제 중 둘째로 형과 함께 문사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4살 터울인 이 형제는 1919년 5.4운동 시기에 나란히 문단에 등단했다. 그러나 24년 무렵 가정문제로 결별한 이후 평생토록 다시 만나지 않았을 뿐더러 상극의 길을 걸었다. 루쉰이 26년 베이징에서 남하해 공산혁명의 용광로인 ‘상하이의 전사’로 사는 동안, 저우쭈어런은 부패 정부와 좌익문화를 비판하며 한평생 수도를 떠나지 않아 ‘베이징 신사’로 불렸다. 쭈어런은 38년 중일전쟁을 계기로 일제 부역에 나서 대동아주의 사상을 주창하며 친일을 노골화해 테러까지 당했다.

형제의 말년과 사후는 더 극적이다. 36년 루쉰이 55살로 갑자기 타계하자 세상은 일제히 애도와 찬양을 보냈다. 마오쩌뚱이 38년 “공자는 봉건사회 성인이고, 루쉰은 신중국의 성인’이다”고 칭송한 이래 형은 ‘정의와 절개의 신’으로 역사에 올았다. 반면 쭈어런은 일제 패망 뒤 혁명정부 치하에서 옥살이, 감시, 홍위병의 채찍 등 고통과 수난에 시달리며 67년에야 사망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죽음 뒤에는 ‘불의와 변절의 악령’이란 악명이 붙었다.

그러나 역사는 또한번 반전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중국 개방과 더불어 현대문학 다시 읽기 열풍이 돌면서 쭈어런은 ‘휴머니즘 문학의 대표 이론가이자 소품문의 대가’로 부활하더니 90년대 ‘출판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복권됐다.

97년 출간 당시 <베이징일보> 기자이자 지금은 베이징 루쉰박물관장인 저자 쑨위는 “형제의 영광과 치욕은 20세기 문화의 오점과 얼룩, 성공과 실패 모두를 이력에 담고 있다”며 고난의 시대 비판적 지식인의 삶을 고민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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