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노블 <풀>이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하비상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 수상작으로 뽑혔다.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수상작 발표는 지난 9일 오후 5시(현지시각)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만화축제 ‘뉴욕 코믹콘’에서 이뤄졌다.
김 작가는 12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문제가 얽혀 있음에도 이 책이 미국에서 이슈화 돼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번 수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흥미 위주로만 여겨지던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의 위상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데 기여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9일 공식 수상소감을 통해 “풀은 억압 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또한 인간이 트라우마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옥선 할머니를 포함해 일본군 성노예로 살아야했던 다른 여성들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세상에 공개했다. 그들의 삶의 의지가 우리가 인류를 믿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17년 출간된 <풀>은 나라 밖에서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프랑스 진보 성향 일간지 <뤼마니테>가 선정하는 ‘제1회 뤼마니테 만화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고,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 타임스>가 각각 2019년 최고의 그래픽노블, 최고의 만화로 이 책을 선정했다.
김 작가는 지난달 말 이산가족의 고통을 다룬 새 책 <기다림>을 출간했다. 김 작가는 이를 두고 “해외 유수 출판사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기다림>은 내년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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