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책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주병오 지구문화사 대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도서정가제가 후퇴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를 대통령에게까지 전달하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생각한 거죠. 11월이면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조항이 나올 수도 있다는데 상을 받는 마음이 편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퍼포먼스였죠.”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주(JU) 동교동에서 연 제34회 ‘책의 날’ 기념식 및 출판문화유공자 시상식에서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는 ‘도서정가제’ ‘책과 독자를 살리는 길’이란 글귀를 가슴과 등에 새겨넣은 원피스를 입고 단상에 올랐다. 시상자로 나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마스크를 쓴 채 그에게 대통령 표창을 주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연 이날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최소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고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진 사회연결망서비스 댓글창에는 “(강 대표의) 구호 적힌 의상이 인상적”이라는 소감이 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강맑실 대표가 13일 시상식에서 입은 원피스 뒤 모습. 강맑실 대표 제공
강 대표는 1995년 사계절출판사 대표로 취임해 지금까지 인문사회과학과 아동·청소년 도서 등 약 1700여종의 책을 출간하며 민주주의와 통일, 자유와 평등의 시대정신을 실현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그는 “아름다운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책은 독자들의 손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한 상품이되 문화인 거죠. 자본주의 논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부분이 있고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서점은 길거리 곳곳에서 실핏줄처럼 존재하며 독서 생태계를 살리고 독자와 함께합니다. 도서정가제가 후퇴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합니다.”
박양우 장관은 이날 도서정가제와 관련하여 “취지를 충분히 존중하는 가운데 출판계와 함께 좋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