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생: 한번도 보지 못한 자연을 만난다
조지 몽비오 지음, 김산하 옮김/위고·2만3000원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산과 들을 갈망하는 이유를 단순히 ‘외국 여행을 하지 못해서’라고 진단하는 것은 한가로운 분석처럼 들린다. 경이롭고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안심하는 것은 인류의 유전적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고, 30년 이상 탐사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로 활동해온 지은이 조지 몽비오는 말한다. 대멸종과 생물다양성 소실은 결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덧붙여.
활생’의 사례인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늑대(큰 사진)를 재도입하고 생태적인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랫줄 가운데는 왜가리과 조류인 그레이트 블루 헤론. 오른쪽은 지은이가 웨일스 지역 토지 황폐화의 주범으로 지적한 양들. 옐로스톤 국립공원 누리집, AP 연합뉴스
책의 제목인 <활생>은 야생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의 보전과 복원을 가리킨다. 활생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어인 ‘리와일딩’(rewilding)을 옮긴 말인데, ‘재야생화’라고 번역한 사례도 많지만 국내 최초 영장류 학자로 유명한 옮긴이 김산하는 야생의 자연이 알아서 제 갈길을 가도록 지켜본다는 의미까지 담아 ‘활생’이란 번역어를 택했다. 활생은 최상위 대형포식자와 사라진 종들을 재도입하는 제안으로서 인간의 관계 회복까지 포함한다. 사람들이 야생 동식물·생태계와 다시 연결되길 바라는 것이다. “단 한 세대 만에 한때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던 바깥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늑대, 스라소니, 울버린, 비버, 곰, 말코손바닥사슴, 들소, 코끼리, 돌고래는 신화 속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공동체를 이뤄야 할 일원들로 호명된다.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사슴신을 믿는 것이 아니다. 지은이는 윤리적인 몽상가이거나 과거로 돌아가자는 영적 집단에 속한 사람들과 거리가 먼데다 따분하고 진 빠지는 정치적 투쟁을 지양하는 현실주의자다.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황금시대 따위는 없었다. (…) 내게 진정성은 그다지 유용하거나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냉소적인 면모까지 보인다.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기 영토에서 다른 종을 싹쓸이한 까닭에 “생태적 권태”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그는 분석한다. 인간만 사는 세상에 활력이 떨어지고 심심했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해도 될까. 그가 대형포식자와 없어진 종들을 재도입하는 방식의 생태계 복원을 주장하는 건 대자연의 활력과 신비를 느끼며 삶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아름다움과 모험을 충분히 누리며 살다 가자는 제안으로 느껴진다. “나는 늑대가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에 복원되길 바란다. 우리의 생태계에 결여된 복잡성과 영양단계 다양성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에 늑대가 돌아오길 원한다.”
책은 웨일스, 스코틀랜드, 슬로베니아, 폴란드, 동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브라질 등의 지역에서 일어난 생태계 변화의 좋거나 나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가운데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그곳에서 멸종된 지 70년이 지난 늑대를 재도입하고 벌어진 일이 대표적이다. 늑대가 없던 시기 공원은 황폐했다. 풀을 죄다 뜯어먹어 숲과 계곡을 망가뜨리는 사슴의 개체군을 조절하려고 인간이 사냥 등 갖은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늑대를 재도입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최상위 포식자가 자기 먹이동물은 물론이고 직접 관련이 없는 종의 수까지 영향을 미치는 ‘영양단계 캐스케이드’는 현대 생태학의 가장 흥미로운 발견인데, 그 현상이 명확하게 나타났던 것이다. 늑대가 돌아오자 붉은사슴의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강변 나무 일부는 6년 동안 키가 5배 더 자랐다. 나무는 물에 그림자를 드리워 물고기의 은신처를 제공했고 씨앗과 묘목의 생존율도 높아졌다. 다양한 나무가 자라고 희귀한 새들이 돌아왔다. 비버, 들소, 수달, 사향쥐, 물고기, 개구리가 살기 좋아졌고 토양까지 회복될 조짐이 보였으며 곰의 개체수까지 증가했다. “옐로스톤의 늑대 복원 사례는 단 한 종을 자연상태로 되돌려 놓으면 생태적으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강의 흐름과 형태, 땅의 침식 등 물리적 지형 자체도 바꿔놓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영국 웨일스 마을 부근의 폐쇄된 탄광 근처에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사실은 이 근사한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과 찬성보다는 반발이 훨씬 강력하다. 과학과 자본은 매머드를 재탄생시킨다고 나설지언정, 아시아코끼리를 유럽과 아시아에 재도입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 땅 주인은 사냥감을 제외하곤 야생동물의 존재에 적대적이다. 가장 극렬한 저항은 단일재배를 향한 인간 의지 때문에 벌어진다. 지은이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을 빌려와 “우리는 농업적 헤게모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농부나 땅 주인에게 좋은 것이라면 모두에게 좋은 것으로 간주하지만 실제로 이런 관념 때문에 단일재배가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자연이 망가진 채 유지되게 하는 데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영국 고지대가 망가진 가장 주된 이유가 양 목축이고 그 때문에 웨일스의 삼림 비율은 유럽 평균에 견줘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기독교 전통인 유럽에서 양을 파괴자라 말하는 것은 거의 ‘신성모독’에 해당하지만, 지은이는 양을 바라보며 거의 적의를 내뿜는다. 고지대 식물은 양을 만나 그루터기만 남게 되었고, 새들의 은신처가 사라진 웨일스 농촌에서 마도요는 13년 만에 81%가 줄었고 댕기물떼새는 11년 만에 77%가 감소했으며 검은가슴물떼새의 경우 거의 멸종에 이르렀다 한다. 지은이는 “농장 보조금은 생태적 파괴를 위해 지불되는 것”이라며 땅을 내버려두지 않을수록, 생태적 파괴를 일삼을수록 ‘녹색’ 보조금을 주는 쪽으로 농축산 정책이 설계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런 ‘농업 헤게모니’를 틀어쥔 부유한, 이제 자기 농장에 살지도 않고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목장 경영자, 토지 소유주들에 의해 정책이 좌우되고 불필요한 파괴가 거듭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는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된다면 이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식생을 잘라야만 보조금을 주던 규칙을 없애고 생태계 회복을 위한 다양한 일에 보조금을 주자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땅을 가지고 부유한 사람들의 낙원을 만들어선 안 된다.”
세계 각국의 활생 사례와 지은이 개인이 자연 속에서 체험한 이야기가 흩어져 있지만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혀들어 한데 모인다. 자연을 통제하려는 구약성서의 자연관에서 벗어나자는 것, 텅 빈 초원보다 울창한 숲을 가꾸자는 것, 양·소·말 등 포식자 없는 토착 초식동물을 재사유하자는 것 등이다. 이는 아이들과 새들의 터전이었던 공유지를 그들에게 돌려주자는 제안과도 만난다. 아이들이 좋아하던 모든 자연(오래된 나무, 작은 골짜기, 연못과 초원 숲, 덤불)을 재생하고 울타리를 걷어내어 땅과 인간이 관계를 맺는 축제와 카니발의 전통까지 복원해 바깥 세상이 선사하는 끝없는 놀라움을 향유하자는 구상이다. 결국, 자연과 인간의 위계적인 구도를 버리고 생태적 관계를 평등하게 회복하자는 주장도 된다. “자연보전을 하려면 자연을 꽉 쥔 그 손에서 힘을 빼야 한다.”
책 뒷부분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은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몽으로부터 한가지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멸종위기종의 국제적 거래를 종식시키는 일일 것”이라며 “야생동물의 거래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종식되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