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0월15일, 몇몇 일간지에 하모니카 부는 코끼리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태산’이라는 이름을 한 이 코끼리를 두고 어떤 신문은 ‘태산양’이라고 썼고, 다른 신문은 ‘태산군’이라 밝혔습니다. 성별이야 어쨌든 의인화를 했던 셈인데, 실제론 인간대접이 아니라 고된 훈련을 통해 습득한 장기인 듯합니다. 당시 동물원이었던 창경원에서 코끼리와 침팬지 등에게 쇼를 가르친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41년 뒤인 2012년 11월, 용인 에버랜드에 사는 22살짜리 코끼리 ‘코식이’의 음성 발성 논문이 국제학술지 온라인판에 실렸습니다. 코식이는 “좋아” “안돼” 같은 단어를 구사했고 오스트리아와 독일 연구진들이 이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코식이가 외로움 때문에 사람의 말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화 시기에 홀로 지내며 음성학습으로 종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코식이는 자기 짝과 대화할 땐 코끼리 말을 쓰고 사육사들에게는 한국어로 소통합니다.
새 책 <이토록 놀라운 동물의 언어>는 인간과 동물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다루었습니다. 다 자란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건 자기들끼리 의사소통이 아니라 인간에게 말하는 것이라는 점, ‘동물의 왕국’이 폭력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격적인 신호가 단순히 상대를 쫓기 위한 갈등 해결의 수단이라는 것 등도 밝힙니다.
그밖에도 이번주엔 생태 복원 이야기 <활생>과 30권의 ‘환경고전’을 엮은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본다>, 인간이 사라진 미래를 상상한 <인간 없는 세상>(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자연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자연의 권리>도 혁신적이고도 현실적인 주장입니다. 종, 성별, 지역, 인종 사이 위계를 만들고 착취하는 제도가 지구를 얼마나 엉망으로 만들었는지, 결국 그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밝히는 책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도 징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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