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세계의 자연인들’ 직접 지은 오두막 엿보니

등록 2020-10-16 05:00수정 2020-10-16 10:00

판미동 제공
판미동 제공

캐빈 폰 인사이드
자크 클라인 기획, 프리다 문 지음, 강경이 옮김/판미동·2만8000원

전원생활을 꿈꾸던 두 영국인이 시골 마을에 텐트 같은 세모꼴 오두막을 지었다. 1년 반에 걸쳐 손수 지은 집은 거실과 주방, 다락방이 전부. 두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는 이 작은 집에 난 커다란 창으로는 이끼 뒤덮인 참나무와 개암나무, 버드나무, 새와 두꺼비 등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캐빈 폰 인사이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글램핑 오두막, 인도네시아의 파라다이스 발리, 잉글랜드의 나무집, 헝가리의 주상 가옥 등 자연 속에 지은 세계 곳곳의 집 80여 채의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캐빈 폰’은 ‘오두막’(Cabin)과 ‘포르노’(Pornography)를 합한 신조어로, 도시를 떠나 시골살이를 꿈꾸는 현대인의 욕망을 담았다. <캐빈 폰>(2017, 판미동)이 숲 속 작은 집의 겉모양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오두막집, 흙집 등 집 내부의 모습과 인테리어를 자세히 다룬다.

책장마다 숲, 강가, 산 정상 등에 자신이 꿈꿔온 집을 직접 짓는 ‘자연인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흙이나 통나무로 자기 집을 만들면서 “(사람과) 자연 사이에 자연스럽게 사랑이 생겼”다거나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산맥에 통나무집을 만든 마이크 비버스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작은 집을 지으며 미니멀리즘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았다고 했다. “작은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요.”

판미동 제공
판미동 제공

자연 속의 집은 하루의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터키의 에디르네에 있는 ‘국경의 집’ 창문은 차양처럼 완전히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비 내리는 낮에 창문을 활짝 열고 누우면 물 속에 잠긴 기분을 느낄 수 있고,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창을 꼭꼭 닫아 걸면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돛단배에 탄 느낌이 든다. 그 밖에도 창문을 침대 높이에 맞춘 동향으로 배치해, 해가 뜨면 저절로 잠이 깨도록 설계한 집도 있다.

새로운 물건을 사기보다는 버려진 물건으로 집을 채운 노르웨이의 한 남성은 오래된 군용 난로에 트럭 배기관을 연통으로 삼았다. 오슬로 가르데르모엔 공항에서 주워 온 포도주 나무 상자들은 선반과 찬장으로 멋지게 재활용했다. 밤나무 목재로 만든 계단과 가구들로 내부를 꾸며 집 안팎이 나무로 가득한 집들도 있다. 책을 보며 집짓기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내 마음속 오두막’을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