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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울국제도서전 ‘두개의 세상’에서 만나요

등록 2020-10-19 18:07수정 2020-10-20 02:38

SF, 밀레니얼 노동, 페미니즘 등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25일까지 열흘 동안 서울 명동과 30여곳 동네책방에서
지난 16일 오후 3시 2020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인 김초엽 작가가 ‘얽힘을 담아내는 장르로서의 에스에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지난 16일 오후 3시 2020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인 김초엽 작가가 ‘얽힘을 담아내는 장르로서의 에스에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예년에 견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덜하지만 누구나 어디서나 스마트폰만으로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소설가 김초엽)

2020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16일 막을 올렸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XYZ: 얽힘’.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온라인 행사를 보강해 처음으로 온·오프라인 두개의 세상에서 진행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막 행사로 진행한 홍보대사 김초엽 소설가의 ‘얽힘을 담아내는 장르로서의 에스에프(SF)’ 강연에는 ‘거리두기’ 때문에 미리 신청한 50여명의 관객만이 초대됐고, 온라인에서 100여명의 관객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함께했다.

“에스에프는 ‘이상한 그릇’이에요. 뫼비우스의 띠 혹은 정글짐 모양의 접시에 재료를 배열한다고 상상해보세요. 납작한 접시에 배열한 것과는 다르겠죠?”

김 작가는 “‘낯설게 보기’라는 문학 기법을 가장 극단적으로 수행하는 장르가 에스에프”라며 “에스에프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엉킨 실타래 같은 문제의 ‘배열’을 달리함으로써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인간 중심성으로부터 탈피한다는 점 또한 에스에프의 특징으로 봤다. 그는 “에스에프는 ‘얽힘’을 담아내기 가장 좋은 장르”라고 말했다. “최근 에스에프를 향해 ‘인간적 에스에프다’ ‘에스에프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데, 이런 얘기 들으면 생각이 많아져요. ‘인간적 에스에프’보다 인간 중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에스에프 장르 본질에 더 부합하는 게 아닐까요?”

서울국제도서전 행사가 열리고 있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국제도서전 행사가 열리고 있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첫날 저녁 1년~30년차 편집자가 등장해 서로 고민을 나눈 ‘편집자의 밤’ 행사에 이어 다음날인 17일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을 주제로 소설가 장류진, 뮤지션 김사월, 칼럼니스트 김규항이 강연자로 나섰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쓴 소설가 장류진은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고귀한 노동을 오랫동안 하려면 일과 자아가 분리돼야 하는 것 같다”며 “그래야 일을 하면서 상처를 받지 않고 내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등단하기 전 7년간 아이티(IT)업계에서 일하면서 일과 자아를 분리하는 연습을 해왔다는 그는 “하지만 소설가가 된 뒤에는 일과 자아가 붙어버렸다”며 웃었다.

뮤지션 김사월은 비교와 경쟁으로 인한 밀레니얼 세대의 우울감을 주제로 ‘예체능 노동자의 노동’을 말했다. 그는 “부모님 세대보다 더욱 치열한 생존의 오디션장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려면 내가 세운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20대 직장인 장희연씨는 “강연자들이 밀레니얼 노동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를 자신이 겪은 노동 이야기로 들려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칼럼니스트 김규항(왼쪽부터), 뮤지션 김사월, 소설가 장류진,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을 주제로 좌담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지난 17일 오후 2시 칼럼니스트 김규항(왼쪽부터), 뮤지션 김사월, 소설가 장류진,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밀레니얼 세대의 노동’을 주제로 좌담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개막 셋째 날인 18일 오후 2시에는 손희정 문화평론가, 권김현영 여성주의활동가, 이다혜 작가(<씨네21> 기자)가 ‘페미니즘 리부트’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 작가는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의 흐름 속에서 나온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2016) <질의응답>(2019) <김지은입니다>(2020) 등 여성주의 출판 경향을 주제별로 설명했다. 권김현영 활동가는 “2016년 전후 페미니즘이라는 대중적 덩어리를 만든 큰 힘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구체적 경험을 다룬 훌륭한 책들이 많았지만 읽기에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생각보다 판매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의 구호를 적은 상품(굿즈) 판매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손희정 평론가는 “무언가 쌓인다는 의미에서 ‘팔린다’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자본주의의 외부를 상상하는 운동들이 나에게는 페미니즘과 일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좌담 등 도서전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하려면 ‘네이버 예약’을 통해 사전 신청해야 한다. 매진된 행사는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도서전 누리집(sibf.or.kr)을 통해 198개 출판사가 참여한 도서전 큐레이션을 만나볼 수 있고, 도서 구매 페이지로도 바로 연결된다. 서울 30여곳 동네 책방과 문화공간에서는 작가 이병률, 연구자 이라영 등이 산발적으로 독자를 만난다. 25일까지.

최윤아 허윤희 이유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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