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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윤흥길 “저 이래 봬도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입니다”

등록 2020-10-22 15:15수정 2020-10-22 15:31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활인의 문학 하라 말씀하셨죠”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윤흥길. 토지문화재단 제공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 윤흥길. 토지문화재단 제공

“제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의 주인공 권씨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 이래 봬도 안동 권씨요, 나 이래 봬도 대학 나온 사람이오’ 하는 말이죠. 저도 그 흉내를 내서 말해 보자면, 저 이래 봬도 박경리문학상 수상작가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2020년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윤흥길(사진)은 수상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평소 박경리 선생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작품을 써 왔는데 선생님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며 “지금 쓰고 있는 소설 <문신> 전5권이 내년 봄에 완간되고 코로나도 잠잠해지면 집사람과 함께 통영 선생님 유택을 꼭 찾아뵙고 다시 인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경리 선생님과의 일화는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첫 인연은 등단 초기인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제가 어렵게 <현대문학>에 단편 ‘황혼의 집’을 발표했는데, 작품 발표 뒤 한참 지난 뒤에 당시 김수명 편집장이 연락을 해 왔습니다. 문단의 대 선배 한 분이 그 작품을 읽고 감동해서 칭찬하고 많이 격려해 주셨다고요. 그 선배님이 누구신지는 끝내 알려주지 않았는데, 제 단행본이 나오고 나서 1977년에 처음 정릉 자택으로 선생님을 찾아뵈었더니 그때 그 선배 작가가 당신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굉장히 기뻤죠. 그 뒤로 자주 찾아뵈었는데, 뵐 때마다 저한테 귀중한 가르침을 주시곤 했습니다.”

박경리 선생이 주신 가장 큰 가르침으로 그는 ‘살인의 문학이 아니라 활인(活人)의 문학을 하라’는 말씀을 꼽았다.

“활인, 즉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 우리 문학과 문화의 전통 중 하나인 해학이라고 믿습니다. 해학을 통하면 악인에게서도 선성(善性)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고 가난뱅이도 구제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게 됩니다. 지금 쓰고 있는 <문신>에서도 이런 한국 전통의 해학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초기작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와 ‘장마’에서 최근작까지 다양한 주제와 소재에 걸쳐 있는 자신의 소설들 가운데에서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거나 가장 애착을 지니는 작품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작가들이 하는 가장 건방진 말이 ‘내 대표작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하죠. 저도 그런 건방을 떨고 싶습니다. 2018년에 전체 5권 가운데 3권이 나왔고 그 뒷부분을 지금 쓰고 있는 <문신>이 아마도 저의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은 평소 큰 작품을 쓰라고 하셨던 박경리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들어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문학 하는 후배들, 특히 후배 소설가들은 젊은 시절에 육체적인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을 키우라는 조언을 해 주고 싶다. 또 아직 결혼하지 않은 후배들에게는, 단칸방에서 신혼 생활을 하지 말고 최소한 방 두 개짜리에서 시작해 집필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10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24일 오전 11시30분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며 온라인으로 실황 중계된다. 이에 앞서 23일 저녁 7시30분에는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축하음악회가 열리며, 7일 오후 2시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28일 오후 4시 연세대 미래캠퍼스에서 수상작가 강연회가 열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토지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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