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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빈곤’의 정의를 넓히는 정치

등록 2020-10-23 04:59수정 2020-10-23 09:25

빈곤이 오고 있다: 풍요시대 빈곤지대

신명호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오랫동안 휴대전화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사치품’이었다.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4794만명에 이른 2009년에도 그랬다. 대다수 국민이 휴대전화를 쓰고 있던 때조차 휴대전화 구입비와 통신비는 최저생계비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2010년이 돼서야 휴대전화를 기초생활수급자의 ‘생필품’으로 인정했는데 휴대전화가 없으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어려운 시절이 오고도 한참 지난 때였다. 사는 방식이 바뀌면 빈곤을 정하는 기준도 제때 변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빈곤에 대한 정의가 협소하면 빈곤이 보이지 않는다. 빈곤은 생명과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 없어서 일어나는 일만이 아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적정한 수준으로부터 멀리 밀려나 있는 상태가 빈곤이다. 여러 결핍으로 생기는 사회적 배제를 유럽 사회는 빈곤으로 정의한다. <빈곤이 오고 있다>를 쓴 신명호 사회투자지원재단 사회적경제연구센터소장의 진단이다. 지은이는 책에서 ‘빈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빈곤을 둘러싼 여러 주제를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빈곤은 중산층이고 싶은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일까. 서울에 사는 ‘평범한’ 이들은 셋집을 전전한다. 취업이 수년간 안 돼 친구를 만나기 꺼리는 청년도 있다. ‘사회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은 빈곤과 점점 거리가 가까워진다. 빈곤은 부지불식 슬금슬금 더욱 커져서 온다. 사회안전망이 없다면, 빈곤을 더 넓게 정의할 수 없다면,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만들 수 없다면 문제는 급속히 커진다. 지은이는 우리가 그런 과제를 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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