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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희망제작소 3월 닻올린다

등록 2006-01-20 18:11

오는 3월27일 정식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사람들이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무실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원순 상임이사, 김영지 연구원, 문종석 연구위원, 강현선 연구원, 김용자 연구원, 최은진 연구원, 이지훈 연구위원, 이지연 연구원.
오는 3월27일 정식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사람들이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무실에서 잠시 포즈를 취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원순 상임이사, 김영지 연구원, 문종석 연구위원, 강현선 연구원, 김용자 연구원, 최은진 연구원, 이지훈 연구위원, 이지연 연구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 아이디어 컨설팅”
초대 소장에 이옥경씨 이사장엔 원로급 인사들 물망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제작소’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다. 이런저런 형식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조금씩 세간의 입질에 올랐다. 박원순, 정책생산, 새로운 모색 등의 낱말이 희망제작소를 설명하는 상투어였다.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통해 진보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려는 연구 집단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뒤이었다. 다만 그 ‘실체’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소문만 무성했던 희망제작소가 마침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공식출범 일정을 확정했다. 오는 3월27일 독립민간재단 연구소 형태로 출범식을 연다. 외국의 정책싱크탱크 책임자 등을 불러 ‘실사구시적 싱크탱크’의 길을 모색하는 심포지엄도 함께 열 계획이다.

희망제작소를 이끌 초대 소장은 이옥경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이 맡게 됐다. 이 소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창립을 주도하는 등 80년대 여성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고 조영래 변호사의 부인이라는 설명은 이 소장에 대한 사족이다.

물밑으로 뛰어다니며 희망제작소 탄생의 산파 구실을 한 박원순 변호사는 연구소의 상임이사를 맡았다. 희망제작소를 구상하던 초기인 지난해 여름, 박 상임이사는 “좋은 분들을 많이 모시겠다”고 이야기했다. 뜻있고 능력있는 인사들을 앞장 세우고, 자신은 실무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상임이사를 자처한 바탕에 깔려 있다.

‘이옥경-박원순’ 라인업을 첫 간판으로 삼은 희망제작소는 현재 재단이사회 구성과 연구위원 진용 정비를 두 축으로 마무리 단장에 한창이다. 우선 초대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 이사진에는 법조계·학계 등 사회원로급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소장을 비롯한 분야별 연구책임자 등도 추가로 영입하거나 내부에서 교통정리할 예정이다.

연구소의 진정한 핵심인 연구위원들은 최근 ‘공개모집’을 통해 기본적인 자리를 잡았다. 무려 1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연구원·연구위원 14명이 지난 9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모임 초기에 합류한 사람들까지 더해 현재 희망제작소를 구성하는 식구 25명이 거의 매일처럼 연쇄 토론회를 열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는 작업이다.

이들이 벌이려는 일의 중심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책 아이디어 컨설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희망제작소는 홈페이지(makehope.org)에서 스스로를 “국책연구기관과 기업연구기관을 벗어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연구소”라고 소개한다. “추상적이고 낭비적인 논쟁이 아니라, 생활 속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혜를 현실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키는 실천적 연구소를 지향한다”고 설명한다.


여러 면에서 희망제작소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싱크탱크 모델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받을 사업은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정책 컨설팅이 될 전망이다. 박 상임이사는 “이미 상당한 권한이 지방정부에 이양됐는데, 막상 정책전망과 내용이 없어 우리가 가야할 사회적 지평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엄청난 혈세가 비효율적으로 낭비되고 있다”며 “5월 지방선거 이후,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10여곳의 지방정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혁적 비전과 능력을 갖춘 지방정부의 정책 실행을 위해 희망제작소가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한 아이디어를 수정·보완·강화해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창안사업’, 시민사회의 새로운 대안모델을 모색하는 ‘대안사업’, 정치·국방·경제 등 국가적 의제를 고민하는 ‘미래전략사업’ 등도 펼칠 계획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이념보다 실사구시 구현…상근인력 100명 목표”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

공식출범 준비에 바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는 “내가 자꾸 앞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피했다. 그러나 일단 마주 앉고 난 뒤에는 다채로운 아이디어와 막힘없는 열정을 끝도 없이 쏟아냈다.

­ 왜 지금 민간씽크탱크가 필요한가.

= 희망제작소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운동이다. 그동안 미래 사회를 정책적으로 구상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비롯한 여러 혼란과 비효율, 낭비가 있었다. 이제 우리의 방향은 거창한 이념보다는 실사구시다. 희망제작소 이후에 이런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현재의 정당 부설 연구소 등도 자극을 받을 것이다.

­ 비슷한 취지의 다른 씽크탱크들도 있다.

= 진보진영의 씽크탱크는 대체로 서너명의 상근자가 있고, 대학 등에 자리잡은 교수들을 묶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국가적·지방적 의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상근 역량이 필수적이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처럼 100명 정도의 상근연구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 위에서 외부의 여러 연구집단과 연계를 갖는 게 중요하다.

­ 교수나 박사학위 소지자 등의 참여가 눈에 띄지 않는데.

= 일반 연구소에선 박사급 연구위원들이 1년에 논문 두어개 쓰는 게 전부다. 실제 내용을 봐도 공허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우리는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를 중시하면서 실천적 감각이 탁월한 연구소를 지향한다.

­ 그렇지만 여전히 ‘이론’ ‘담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 아닌가.

= 물론이다. 다만 우리는 시민들의 삶에 녹아 있는 아이디어를 통해 ‘귀납적으로’ 담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정책은 현실에서 부딪치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다.

­ 재정적으로는 어떻게 운용할 건가

= 회원들의 후원금 등이 기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산하는 아이디어와 정책에 대해 오래 전부터 갈증을 느껴온 집단이 많다. 기초자치단체가 대표적이다. 1년에 10곳의 기초자치단체로부터 1억원씩 받아도 얼마인가. 이제 우리 사회가 이런 방식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왔다.

­ 지금도 정치권은 박 이사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다. 특정 지방정부와 협력하는 일조차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나.

= 그동안 내가 특정 정당과 특정한 관계 맺은 적 없다. 그렇게 하면 희망제작소와 나 스스로의 행보를 좁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정치적 잣대 없이, 헌신적으로 지역공동체를 혁신하려는 지자체와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는 것이다. 잠깐의 오해는 금세 해소될 것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나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를 알려주는 몇가지 특징적인 대목이 있다.

우선 상근인력이 대단히 많다. 다른 연구소는 물론 일반적인 싱크탱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이미 25명의 상근자들이 있다. 어지간한 시민단체 수준을 넘는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앞으로 100명 수준까지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라면 당연히 있음직한 교수 또는 박사 등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특징적이다. 현재의 상근자 가운데 박사 학위 소지자는 두세명 정도다. 대신 30대 안팎의 석사들이 많다. 공개 모집을 통해 합류한 14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영국·캐나다·일본 또는 국내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거나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연구자들이다.

영역별 실무 경험 거친 30대 연구자들 대표 일꾼

시민단체 출신도 많다. 그러나 이름높은 활동가보다는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실무를 다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종석 전 푸른시민연대 대표, 문병원 전 부안독립신문 편집국장, 정성원 전 참여연대 기획실장, 위평량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사무국장, 류제홍 전 문화연대 문화교육센터 부소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시민단체의 현장 활동가 경험 위에서 ‘실천적 문제의식’을 갖고 석사 학위를 받은 30대 중반의 연구자들이 희망제작소 일꾼의 대표적 유형이다. 희망제작소 관계자는 “현장과 이론을 결합하려는 모임의 취지에 맞는 사람들을 모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곳곳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일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실천적 연구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박 상임이사는 “박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스스로를 학자라고 여기면서 언젠가 대학에 자리잡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며 “그런 분들은 대학으로 가는 게 옳고, ‘이론연구소’가 아닌 우리 모임에는 사회적 문제를 실천적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을 구상하려는 분들을 모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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