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
칼 세이건 지음, 홍승효 옮김/사이언스북스·2만2000원
살인자의 뇌가 머리뼈에서 빠져나왔다. 포르말린에 담긴 뇌는 박물관에 수장됐다. 범죄는 사회 문제가 아니라 유전 문제라고 본 골상학의 연구물이 된 것이다. 이 연구를 한 피에르 폴 브로카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일한 외과 의사이자 신경 학자였다. 자유사상을 신봉한 지성인인 그는 체제를 전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억압받던 인류학도 연구했다.
“사회는 가장 뛰어난 사람도 부패시킨다…우리 세대의 관습적 진리 중 무엇이 다음 세대에는 용서할 수 없는 심한 편견으로 여겨질까?” 과학자 칼 세이건이 에세이집 <브로카의 뇌>에서 던진 질문이다. 이 책은 그의 대표작 <코스모스>가 나오기 1년 전인 1978년에 쓰여졌다. 그는 우주 구조뿐만 아니라, 지능의 본질, 외계 생명체 탐색, 신화와 전설, 로봇과 기후 등 과학 전반에 대한 생각을 25장의 에세이로 쉽게 풀어냈다.
1990년 2월14일 보이저 1호가 60억㎞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 원본. 나사 제공
인간의 뇌에서 시작된 칼 세이건의 통찰은 우주로 이어진다. 그는 “우주의 엄청난 규모는 우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사가 하찮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고 썼다. 그가 펼친 생각은 10여년이 지나 한 사진으로 구체화됐다. 1990년 2월14일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64억㎞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찍었다. 칼 세이건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었다. 긴 흙색의 띠 위로 보이는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그는 보여줬다.
그는 이 사진을 두고 “인간 역사 속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다”고 평했다. 칼 세이건의 사유는 지금도 어디선가 펼쳐지고 있지 않을까. 그 실마리가 <브로카의 뇌>에 있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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