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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떠난 이의 말을 되새기며

등록 2020-11-06 04:59수정 2020-11-06 16:16

[책&생각] 책거리

죽음이 도처에 있는 시대입니다. 안 그랬던 때가 없었겠지만, 죽음을 인식하게 된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 공포가 올해 내내 어슬렁거렸고 죽기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는 아우성도 여기저기 들립니다. 하지만 죽음을 진정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 애써 외면하려는 쪽이 더 많은 것도 당연합니다.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 모르는 척하고 마는 것이 쉬운 일이겠죠.

유독 죽음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온 한 주간이었습니다. 노모의 마지막 말들을 오랜 동안 살펴 들어 차분히 슬픔을 되새기거나 아버지를 잃고 죽음 공부에 나서고 갑자기 스스로 세상을 떠난 남편을 이해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문장들은, 무척 가슴 아렸습니다. 그러나 죽음이 그대로 마지막은 아닌가 봅니다. 산 사람이 기억하고 되새기는 죽음은, 삶의 치열하고 아름다운 의지로 드높아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죽음 앞에 우리는 겸허하게 두 손을 모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개그맨이 많은 것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무대에서 사람들을 웃게 할 때 가장 행복하다”던 ‘멋쟁이 희극인’입니다. 이렇게 떠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들의 충격만큼, 그가 겪은 고통의 무게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것이겠죠. 다만 그가 남긴 소중한 말 한 마디는 기억하려 합니다. “나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 주겠어요. 다시 태어나도 나로 태어나고 싶어요.” 살아남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되새긴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며 돌아보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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