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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더 나은 삶 위한 ‘죽음 공부’ 시작할 때

등록 2020-11-06 04:59수정 2020-11-08 19:53

애도의 문장들

김이경 지음/서해문집·1만4000원

“전염병이 창궐하고 눈먼 분노와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죽기를 배우기 좋은 때다.”

<애도의 문장들>은 ‘죽음 공부’를 시작하는 입문자들을 위한 책이다. 김이경 작가가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겪은 상실과 애도의 경험뿐 아니라 죽음에 관한 책에서 얻은 인문학적 성찰까지 담았다. 책 마지막 장에서는 죽음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 80여권을 소개한다.

책은 지은이가 아버지의 죽음 뒤 쓴 ‘애도 일기’로 시작한다. 그는 큰 스승 같았던 아버지를 잃고 “깊은 슬픔의 사리”가 생긴 뒤에야 비로소 아무 거부감 없이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한 생의 죽음을 겪자 각자의 생에 마련된 죽음을 인정할 수 있었고, 이런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의 죽음에 단련되었을 늙은 생의 긍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어빈 얄롬의 책 <폴라와의 여행>에서 죽음을 대면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얄롬은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슬픔의 상당 부분은 죽음에 대한 불안에서 온다고 했다. 그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죽음이 자신의 문제임을 인정하고 그 두려움을 넘어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암 투병을 했던 일본의 종교학자 기시모토 히데오가 쓴 문장에서 불안의 강을 건너는 법을 찾는다. “죽음의 공포를 견디는 방법은 억지로 죽음에서 눈을 떼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작은 죽음의 이별을 되풀이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일이다.”

죽음 공부는 삶의 공부로 이어졌다.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생각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지,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잘 돌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게 됐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이고, 어떻게 죽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교육은 삶을 위한 교육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자체가 이걸 배우는 학교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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