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펴낸 정호승 시인
“사람은 외롭게 태어나고 외롭게 죽어간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다.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 이 책이 도움됐으면 한다. 그래서 외로워도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손꼽히는 정호승(70) 시인이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비채)를 펴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2014) 이후 6년 만에 펴낸 산문집이다. <외로워도…>에는 지금까지 출간된 13권 시집과 그동안 발표한 1000편이 넘는 시 중에서 그가 직접 가려 뽑은 ‘수선화에게’ ‘첨성대’ 등 시 60편과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산문집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시와 산문은 한 몸이다. 그 시와 산문을 함께 담은 책을 내고 싶었는데 이제야 펴냈다”며 “이 책은 시가 있는 산문집이자 산문이 있는 시집”이라고 했다.
<외로워도…>는 그의 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길라잡이 같은 책이다. 중학교 2학년 때 대구 수성구 범어천의 자갈밭을 오가며 처음 쓴 시 ‘자갈밭에서’, 1977년 어느 여름날 광화문 육교 근처에서 노래하는 시각장애인 부부를 보고 지은 ‘맹인 부부 가수’,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하며 쓴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등 시의 바탕이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발표한 시 중에서 서사적 배경이 있는 시 60편을 추려 이 책에 담았다. 실제 제가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지은 시들이 여기에 모인 셈이다.”
그는 책 첫 장에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시 ‘산산조각’을 담았다. 시는 2000년 초 북인도 쪽으로 ‘불교 4대 성지순례’ 여행을 다녀와 지은 것이다.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이 순간을 열심히 살라’는 불가의 가르침이 녹아 있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이 시의 마지막 네 행이 나한테 삶의 큰 위안을 주었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에게도 고통 섞인 삶을 위안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시가 됐으면 한다.”
그는 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이때 ‘문학의 위로’가 큰 힘이 되기를 바랐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영혼의 양식을 챙겨 먹으면서 일상의 삶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시는 그런 영혼의 양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시를 통해 인간은 평화,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칠순을 맞은 그는 앞으로 가슴에 남은 시가 없을 때까지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제가 등단한 1970년대는 유신 시대였다. 사회·정치적으로 어둡고 고통스러운 때였다. 그때 나는 이 시대의 눈물을 닦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나이 칠순이 된 지금에서는 나라는 존재, 인간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를 쓰고 싶다. 더 나아가 나뿐 아니라 다른 존재의 눈물까지 닦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시를 쓸 수 있으면 이제 더 바랄 게 없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정호승 시인이 10일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출간 기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사진 김영사 제공

올해 칠순인 정호승 시인은 가슴에 남은 시가 없을 때까지 쓰고 싶다고 했다. 사진 김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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