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 지음/인물과사상사·1만6000원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인간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멈출 줄 모르고 달려온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곳도 도시이고, 갑작스레 여행이 금지되고 정상적인 시스템의 작동이 정지된 상태로 모두의 삶이 잠시 갇히게 된 곳도 도시다.”
노은주·임형남 부부가 쓴 <도시 인문학>은 우리가 물리적 한계를 넘어 더 넓은 세상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부쩍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요즘에 맞춤한 책이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 맺음에 따라 각각의 꼴대로 만들어진 전 세계 21개 도시를 역사·예술·미래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했다. 두 저자가 직접 본 풍경에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도시의 모습을 더했고, 때로는 상상력을 버무려 도시에 담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나와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며 자연스레 단절을 넘어 만남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쌓이는 다양한 인문학 지식은 덤이다.
‘거리두기’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최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대부분 집에 대한 관심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 어떻게 인간과 상호작용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셈이다. 코로나19 방역의 중대한 갈림길에 선 지금, 외출 대신 책과 함께 도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터키 이스탄불에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끝내면, 내가 살아가는 이 도시가 더는 답답한 경계가 아닌 무한한 탐구의 대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