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심광현·유진화 지음/희망읽기·3만3000원
기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발생했다. 이미 양극화와 노동의 위기는 심화하고 있던 터다.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의 복합 위기는 가장 심대한 문명사적 위기라 할 만하다.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며 기술과 자본주의의 결합에 따른 ‘인공지능자본주의’라는 전대미문의 쓰나미가 닥쳐올 것을 우려한다. 이는 더욱 극심한 자본주의의 폐해로 이어지고 ‘디스토피아적 이중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 책을 지은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영상이론)는 “기술혁명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혁명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의 결합이 근본적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술혁명에 대한 찬반 논란을 넘어서 기술혁명과 대안적 생산관계의 새로운 결합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선 변화의 주체인 사회구성원(생산자/주권자/생활인/자유인)의 잠재적 역량이 창조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데, 뇌의 다중지능 네트워크와 철학적 지혜를 연결함으로써, 원자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만 파악해온 기존 인간관을 혁명적 인간관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심 교수의 주장이다. 이것이 곧 ‘인간혁명’이며 이를 통해서만 ‘사회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구성됐다. 1부에서는 인간혁명 시대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위해선 지식순환의 철학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역사지리학과 인지생태학은 물론 마르크스와 알튀세르, 푸코가 동원된다. 2부가 특히 독특하다. 개인의 실존적 분투를 직접 책 안에서 행한다는 차원에서, 50가지 가상의 이야기(스토리텔링)를 도입한다. 일상생활의 변화를 탐색하는, 즉 일상혁명의 이야기 꾸러미는 심 교수의 전업주부 아내인 유진화씨가 지었다. 여기에 심 교수는 철학적 해석을 덧붙였다. 3부는 인간혁명이 사회혁명으로 연결되는 경로를 제시하고, 사회혁명의 미결 과제와 혁명적 실천의 의미를 찾아나선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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