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레야를 찾아서
세빈지 누루크즈 글, 조원희 그림, 이난아 옮김/국립아시아문화전당·1만2000원
우리 아기 어디 있지?
볼강타미링 바트체첵 글, 고혜진 그림, 이평래 옮김/국립아시아문화전당·1만2000원
산을 들어 올린 크리슈나
아니타 나이르 글, 이주미 그림, 김용정 옮김/국립아시아문화전당·1만2000원
슈레야는 엄마와 살았어요. 전쟁에 나간 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인형 주뿔루가 곁에 있어줬죠. 어느날 비둘기 아그자까지 날아와, 셋은 사이 좋게 놀았답니다. “아빠가 돌아오면, 꽃무늬 원피스를 사준다고 했어.” 가끔은 아빠 생각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군대가 마을에 쳐들어왔고, 슈레야는 엄마 손에 이끌려 도망쳤어요. 그만 주뿔루와 아그자는 두고 오고 말았죠. 하지만 아그자가 흙더미에 깔린 주뿔루를 물고 안간힘을 다해 찾아 와, 슈레야는 다시 웃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아그자는 아빠의 영혼일지도 몰라요.
<슈레야를 찾아서> 중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슈레야처럼 살았다는 아제르바이잔 작가의 이야기예요. 그곳에선 전쟁(1992~1994년 아르메니아와 벌인 전쟁이 지난 9월 재개됨)의 슬픔이 아직 이어지고 있대요. “세상의 모든 전쟁이 멈추기를, 세상의 아이들이 평화롭기를” 바라며 지은 이야기예요.
초원과 사막에 사는 낙타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몽골 작가가 지었어요. 몽골에는 낙타, 소, 말, 양, 염소가 많대요. 엄마 쌍봉낙타는 아기를 찾아 나서요. 엄마가 잠자는 새 숨어버린 아기 낙타는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걸까요? 엄마는 송아지, 망아지, 양과 염소의 새끼를 만난 뒤에야 아기를 찾아요. 몽골의 밤과 아침과 낮의 빛깔은 환상처럼 펼쳐져요.
<슈레야를 찾아서> 중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인도 작가는 수많은 인도 신 중 가장 사랑받는 크리슈나 신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사랑의 신 크리슈나는 커다란 산을 높이 들어 마을 사람들을 살리고 인드라 신에 맞서요. 파란 크리슈나가 노란 터번을 두르고 노란 바지를 입은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어 왔어요. 지난해까지 2년 동안은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작가들이 지은 이야기 그림책이 10여편 나왔어요. 재미나게도 그림은 모두 한국 작가들이 그렸어요. 어쩌면 그렇게 그 나라의 그 이야기를 잘 담아냈을까요? 외롭고 슬프고 심심하지만 결국은 환하게 웃는 슈레야, 꼭꼭 숨은 아기를 찾아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쌍봉낙타, 따뜻한 마음과 과감한 용기를 함께 지닌 푸른 빛의 크리슈나…. 낯선 듯 익숙해서 더욱 마음을 잡아당기는 분위기가 아주 잘 그려진 것 같아요.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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