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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유방임된 자본주의는 없었다

등록 2020-12-18 04:59수정 2020-12-18 10:26

불안한 승리: 자본주의의 세계사 1860~1914

도널드 서순 지음, 유강은 옮김/뿌리와이파리·5만5000원

1차 대전 직후 ‘8시간 노동제’가 법제화된다. 이에 앞선 대불황(1873~1896) 시기에 노동입법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노동자들에게 세계가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정부(국가)가 노동과 자본 사이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산업 혁명 이후 대공장이 들어서면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뒷받침돼야 했다. 도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산업정책과 노동정책도 긴요하다. 각종 기반시설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조세 제도가 확충돼야 한다. 원재료 확보와 소비시장 확대를 위해 식민지 진출이 실행됐다. 민족공동체를 건설하고 참정권을 확대해 국민을 단결시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은, 자본(가)이 아니라 국가(정부)가 했다. 시장의 자유와 방임만으로 자본주의가 체제로서 자리 잡을 수는 없었다. 이런 복잡다단한 일이 이뤄진 시기가 19세기 말에서 1차 대전에 이르는 때(1860~1914)다. 현대 자본주의의 뿌리다. 이 대단히 복잡한 과정이 자본주의의 강력한 힘을 설명한다.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은 <불안한 승리>에서 이 과정을 세밀화로 그려낸다. 책의 구성은 마치 고구마 덩굴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간다. 단순화하면, 서순은 자본주의가 체제로서 정립되어 가는 과정에서 국가 개입과 정부 지원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막강한 유연성, 자본과 이윤을 위해서 끊임없이 ‘창조적 파괴’를 일궈가는 장면이 800쪽을 훌쩍 넘는(참고문헌·미주·찾아보기를 포함하면 1088쪽) 이 책에 자세히 묘사된다.

쉬운 문장이 담아낸 스토리는 흥미진진하지만, 뭔가 미심쩍다.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서도, 각종 모순과 문제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아서다. 동서남북 다양한 국가와 각종 분야를 씨줄 날줄 삼아 역사적 사실을 종횡무진 입체적으로 직조할 뿐이다. 다만 한 걸음 물러서 조망하면, 자본주의는 ‘불안’에 터 잡아 승리했을 뿐이며, 19세기 말과 오늘날 자본주의의 풍경은 상당히 닮아있다. 더 무한한 탐욕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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