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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엄마의 억압을, 딸은 외면하지 못한다

등록 2020-12-18 05:00수정 2020-12-18 09:37

나의 가련한 지배자

이현주 지음/코난북스·1만5000원

“엄마는 내가 더 나은 모습으로 남들에게 보이길 바랐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둔 사이 나는 스스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지도, 그에 따르는 실패를 겪지도 못했다.”

대개의 엄마는 아들보다 딸에게 가혹하다. 단지 가부장적 의식에 젖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딸이 다른 집 딸보다, 초라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보다 찬란하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끊임없이 질타하고 핀잔한다. 가부장적 질서에서 철저히 약자인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그것이 때로 아버지의 폭력보다도 숨 막히는 억압이 될지라도 딸은 외면하지 못한다.

두 아들의 엄마이자 4남매의 첫딸인 저자는 “엄마를 영원히 만족시킬 수 없”고 동시에 “엄마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딸로서 원망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온 삶을 고백한다. 시골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싹을 틔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엄마의 재능에 대한 안타까움, 억척스럽게 가정을 꾸리면서도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함께 도망쳐야 했던 엄마에 대한 연민, 좌절된 삶을 보상이라도 하듯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하고 지배하려 했던 엄마에 대한 원망과 결국 엄마와의 거리 두기를 위해 외국으로까지 떠나온 사연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은 많은 여성들이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모녀 관계의 특수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엄마의 지배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지배하고 지배당하는 단순한 권력욕이 아니다. 그래서 반항이나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반항이나 반발 그 자체를 지배해버린다. 우리는 그 영향력에 안에 갇히게 되는데, 그 바탕에는 엄마의 무한한 책임감이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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