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분노는 강자의 몫

등록 2021-01-01 04:59수정 2021-01-01 09:30

무엇이 좋은 삶인가: 동서양 고전에서 찾아가는 단단한 삶
김헌, 김월회 지음/민음사·1만8000원

<무엇이 좋은 삶인가>에는 재미난 옛날이야기가 가득하다. 춘추시대를 살았던 오자서의 일화는 특히 흥미롭다.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복수를 20년 만에 깔끔하게 해낸다. 오나라의 중신이 되어 부·형을 죽인 초나라를 꺾은 것이다. 분노가 없었다면 그는 한 나라의 중신이 되지 못했으리라. 세월이 얼마간 흐른 뒤 오자서는 간신의 모함으로 자결을 요구받고 순순히 목숨을 내놓는다. 운명을 예감한 그가 아들을 제나라의 다른 가문에 몰래 보내, 아들은 자신처럼 분노의 삶을 살지 않게 했다. 이후 오나라가 월나라의 공격을 받고 무너지고 나서야 세상 사람들은 오자서가 옳았고 그를 죽음으로 내몬 이들이 간신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자신을 역사 무대에서 기념되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한 셈이다.

이 책은 운명·행복·부·죽음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놓고 두 인문학자가 주거니 받거니 쓴 글을 모은 철학서다. 오자서 이야기는 ‘분노’편에 나온다. 저자 김월회 서울대 교수(중문학)가 오자서 일화를 소개한 건 오자서가 ‘분노의 달인’이라고 여겨서라고 한다. “살아생전에는 (분노의 힘으로) 자신을 ‘전국구급’ 인재로 견인해 내고, 죽어서는 (자신을) ‘역대급’으로 격상시키는 원천으로 분노를 잘 다뤘다.” 또다른 저자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는 그리스 문학 <일리아스>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를 전하며 분노는 강자의 몫이며, 분노하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설파한다.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할 줄 알고, 분노할 수 있는 힘을 갖출 때 사회는 건강함을 되찾을 수 있다. 그 뒤에 사회는 평온이 깃들 것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곤룡포 보고 민화 붓으로 그린 ‘용’…미국서 각종 수상 1.

곤룡포 보고 민화 붓으로 그린 ‘용’…미국서 각종 수상

‘신라의 모태’ 사로국 건물 터, 경주 월성서 처음 발견 2.

‘신라의 모태’ 사로국 건물 터, 경주 월성서 처음 발견

‘흑백요리사’ 선경 롱게스트 “악플 8천개”…도 넘는 비난 댓글 3.

‘흑백요리사’ 선경 롱게스트 “악플 8천개”…도 넘는 비난 댓글

알고 보니 꿀고구마…‘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막판 인기몰이 4.

알고 보니 꿀고구마…‘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막판 인기몰이

임윤찬, 한국인 첫 그라모폰상 2관왕…“가장 흥미로운 피아니스트” 5.

임윤찬, 한국인 첫 그라모폰상 2관왕…“가장 흥미로운 피아니스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