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지음/유유·1만3000원 책은 세계다. 그러니 세계들이 가득한 책방은 광활한 우주다. 20년 넘게 중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박현숙은 이 사라져 가는 ‘우주’를 탐험하고 기록했다. <사람과 책을 잇는 여행>에는 중국의 과거와 오늘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간의 자유를 향한 열정과 압제로부터 벗어나려는 해방의 길이 펼쳐져 있다. 쑤저우 구시가지에 독립 사회과학서점을 차린 부부의 별명은 ‘양털’과 ‘녹용’이다. 세상을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한다. 리장에는 돈키호테 서점이 있다. “스물아홉 먹은, 아직은 젊은 처자” 왕팅은 노숙하고 행상해가며 모은 돈으로 리장에 카페와 객잔(숙박시설)을 차리고 서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보르헤스는 ‘천국이 도서관의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는데, 2017년 산둥성 대학 입시 작문 만점자는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서점의 모습일 거’라고 적었다. “그 광활한 지식의 전당 안에서는 빈부 차이도 없고 책 읽는 시간의 제한도 없으며 모든 사람은 평등한 존재가 된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중국 전역 22곳의 서점 이야기를 엮었다. 책방과 함께하는 이들은, 첨단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 사회주의 나라 중국에서 어딘지 이질적인 존재들이다.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흔적들이 책을 엮었다. 글쓴이는 장국영이 즐겨찾던 독립서점에서 그의 당당했던 동성연인에 대한 사랑 고백을 떠올리고, 1920~30년대 전설의 배우 롼룅위의 자살과 루쉰의 사회비판을 통해 설리의 죽음을 애도한다. 우한의 아침 식사 러간몐 이야기에서는 아포리즘이 자연스럽다. “러간몐은 뜨거울 때 가장 맛있지만 식어도 먹을 만하듯이, 인생도 뜨겁든 차갑든 살기만 하면 그럭저럭 견뎌지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은 곳곳에서 절절하다. 책방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베이징대학 앞에 있는 중국 최고의 지식의 산실이자 보고로 꼽히는 책방 완성수위안도 정부 당국의 압박과 괴롭힘에 문 닫을 위기라고 한다. “‘독서를 통한 해방’의 사유와 언어를 상실당한 중국”이라고 저자는 냉정하게 진단한다. “절대 행복하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살짝 에두르지만, 중국 책방의 소멸이 ‘문혁’의 비극과 퇴행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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