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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흰 눈처럼 새하얗게 편견 없이 다가가기

등록 2021-01-08 04:59수정 2021-01-08 09:43

온 세상이 하얗게
이석구 글·그림/고래이야기·1만3000원

일 년 내내 따뜻한 어느 마을에 사는 도나윤씨. 그의 옆집에 추운 곳에서 살았던 할머니가 이사 왔어.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했지. 길목에 물건을 두면 넘어질 수 있으니 치우라는 이야기 같은 것 말이야. 시장에서 겨울옷은 왜 안 파냐고 따지기도 했어. 더운 나라에서 겨울옷이라니…. 사람들이 귓등으로라도 듣겠어?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와 할머니를 따라다니는 도나윤씨에게 눈총을 줬어.

그러던 어느 날,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어. 밤새 내린 눈이 온 마을을 새하얗게 뒤덮은 거야. 할머니는 집에서 겨울옷을 잔뜩 챙겼어. 도나윤씨와 함께 마을 사람들에게 옷을 나눠줬지. 갑작스러운 추위에 당황한 마을 사람들은 고마워했어. 마음도, 몸도 따뜻해지니 새하얀 눈도 즐길 수 있게 됐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며 온기 있는 음식을 함께 나눴어. 노인과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편견도 없애고 보니 할머니와 도나윤씨는 그저 마음이 따뜻한 이웃이었던 거야.

<온 세상이 하얗게>는 이렇듯 편견에 관한 이야기야. 알고 보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일들을 우리가 좁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나 묻고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상대의 관점이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 믿지 못하고 다투는 일이 많잖아. 할머니의 잔소리는 세상을 오래 산 노인의 지혜에서 나온 거고, ‘별난 이웃’ 같던 도나윤씨는 알고 보면 정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의 벽을 쌓았던 것 같아.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인을 더 경계하게 된 요즘은 어떨까. 주변의 코로나19 감염자를 포함해 국가,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우리 안의 편견이 더 두터워지진 않았을까. 사는 게 어려운 때일수록 모두가 마음을 활짝 열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면 새하얀 눈처럼 온 세상이 반짝반짝 빛날 것 같아. 3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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