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창립 7돌 첫 연구서
‘여성사로 읽는 항일독립운동’
‘여성사로 읽는 항일독립운동’
올해 창립 7돌을 맞는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이사장 김희선)가 단체 이름으로 내놓은 첫번째 책이다. 신영숙 사업회 연구소장 등 공동저자 6명이 ‘사회주의 항일여성운동’ ‘대종교 여성들의 항일운동’ ‘항일여성운동가의 수감생활’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부부 독립운동가’ 등을 주제로 쓴 여섯편의 글을 묶었다.
지난해 9월 현재 독립유공자(1만6282명) 중 여성은 3%(488명)에 불과하다. 지난 7년 동안 여성유공자 수가 두 배 늘었지만, 남성과 견주면 여전히 미미하다.
이 책은 항일 여성 독립운동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독립운동가 우사 김규식의 부인 김순애는 결혼 뒤 신한청년당 이사, 대한애국부인회 회장, 임시정부 국무원 참사 등을 맡아 투쟁의 일선에서 활동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1923년부터 3년 동안 끊긴다. 그가 23년부터 28년까지 네명의 자녀를 출산한 시기와 겹친다. 김순애는 또 생계를 위해 하숙도 치고 바느질도 했다. 헌신적으로 남편 우사의 독립운동을 도운 김순애는 1977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다. 우사가 받은 대한민국장보다 두 단계 낮은 훈격이다.
임시정부 말기에 중국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 등의 구성원으로 독립운동을 한 최선화(건국훈장 애국장)는 출산과 육아 외에 원로 독립운동가 이동녕 선생을 보살피는 일도 감당했단다. “독립운동에 헌신하며 혼자 생활하던 원로들을 돌보는 일 또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몫이었다.”(강영심 이화여대 이화사학연구소 연구원)
강정숙 사업회 이사는 1931년 평양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끌며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가 고공 투쟁을 펼친 평원고무공장 노동자 강주룡과 같은 여성 노동운동가들의 분투에 초점을 맞췄다. 여성 노동운동가 박진홍은 자청해 이재유의 아지트키퍼(부부로 위장해 수배자 은신을 돕는 이)를 하면서도, 독서회를 꾸리고 현장에서 노동자를 조직하는 일도 병행했다. 흔히 여성 아지트키퍼는 일방적으로 윗선 지시를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박진홍은 이재유에게 이관술을 소개하거나 활동 문제점에 대해 주의를 주는 등 주체적 활동가의 면모를 보였다고 강 이사는 밝혔다.
신영숙 소장은 “여성 독립운동 서훈자 비중이 남성에 견줘 현저히 낮은 것은 여성들이 실제 독립운동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독립운동에 대한 기존 역사적 해석이 온전히 남성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 일선에 나선 남성의 일은 중요하고 그를 도운 여성의 일은 부차적이고 보조적이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여성사로 읽는 항일독립운동>(사진·도서출판 항일여성).
김순애.
일제 감시대상 인물카드 속 박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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