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눈이 쏟아진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한 시민이 거리 노숙인에게 자신의 방한 점퍼를 덮어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책&생각] 책거리
눈발 쏟아지는 광장의 그 장면, 보셨나요?
지난 18일 오전 서울역 앞 광장이었습니다. 새하얀 눈세상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여 서 있습니다. 가방을 한쪽으로 맨 남성이 손을 내밀고 있죠.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인에게 외투를 벗어주고 장갑까지 내어주는 광경이었습니다. 한겨레 사진부 백소아 기자가 포착한 이 장면은 그 어느 책의 고귀한 대목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순간이었음이 확실합니다.
여러 생각이 스쳐지났습니다. 출근길 간혹 지나치는 곳이어서 그곳 장면이 환하게 떠올랐고, 삼삼오오 모여 있던 거처 잃은 이들의 모습도 보이는 듯했습니다. 한겨울 그들은 어디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을까요. 전염병 탓에 무료급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생각은 이어졌죠. 가혹한 추위를 막아주는, 그러니 ‘나’를 혹한으로부터 보호하는 외투까지 내어주는 저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나라면 저러지 못했을 것’이라는 ‘고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저 마음은 틀림없이 진심이었을 거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 없이는, 돈이 아닌 마음이 하는 일은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추위를 막아줄 외투는 옷이 아니라 마음이니 그 장면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찰나였던 겁니다.
이번주 ‘책&생각’의 커버스토리는 북한 사람들을 다룬 책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노력들의 결실입니다. 북에서 벗어난 이들과 북에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같은 사람들입니다. 남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할 우리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그들과 따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도, 마음을 내어줄 수 있도록 마음을 살펴보는 노력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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