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빌헬름, 좋은 날씨 우산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이용한 합성사진으로 사랑받는 존 빌헬름은 네 자녀와 아내를 모델로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행복의 순간들을 담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작품을 올리고 있다. 대한민국포토페스티벌 조직위 제공
[책&생각] 책거리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사전이 적어둔 자기계발의 뜻입니다. 자기개발과 헛갈리기도 하죠. ‘본인의 기술이나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이 자기개발이랍니다. ‘계’발과 ‘개’발은 각각 일깨우는 것과 발전시키는 것이네요. 일깨우든 발전시키든 자기 자신을 알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번주에도 자기계발 책이 여럿 나왔습니다. 매일 아침 부지런히 뭔가를 규칙적으로 하며 나 자신을 바꿔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자기계발 서적은 대체로 성공 ‘비법’을 가르치며 습관이나 시간 활용을 강조합니다. ‘나’를 관리하고 남을 대하는 방법들도 담깁니다. 대체로 무엇이 성공인지, 무엇을 위한 습관이나 시간 활용인지는 잘 다루지 않습니다. 나의 재능을 일깨워 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나 자신을 알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통섭’을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의 <창의성의 기원>(사이언스북스·2020)을 읽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창의성의 궁극적 목표는 자기이해다. 우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운명이 앞으로의 역사적 궤적을 결정할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가야 할 길입니다.
다만 자기이해가 최종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해 우리와 세계에 대한 앎으로 옮겨가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이유이겠죠. 물론 나와 우리, 세계에 대한 이해를 향한 노력은 끊임없이 오가는 반복의 과정일 것입니다. 자기계발의 목표는 결국 나의 지혜와 생각, 재능을 일깨우는 것으로 시작해 인식의 영역과 대상을 확장하는 데 있는 게 아닐까요. 창의성에 바탕한 자기계발이 필요한 시절입니다.
김진철 책지성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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