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정수 지음/위즈덤하우스·1만6000원 서정진 회장의 셀트리온은 한때 부도위기를 맞았다. 그는 다짜고짜 치과의사인 친구에게 전화해 15억원을 보내라고 했다. 병원 지을 돈을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친구는 차용증 없이 돈을 건넸다. 서 회장은 돈을 갚기는커녕 당시 종잇조각에 불과한 셀트리온 주식을 줬다. 친구가 소유한 주식 30만주는 지난해 12월 기준 1000억원에 이른다. 서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16조원이다. 45살에 직장을 잃고 5천만원으로 셀트리온을 창업한 서정진. 그는 세계최초로 특허 기간이 지난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하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어 시가총액 48조원의 상장기업을 일궜다.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은 그를 22개월간 인터뷰한 뒤 서 회장의 정년퇴임에 맞춰 인터뷰집을 펴냈다. 책에는 서 회장의 내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사업 초기 그는 자살 사이트에서 자살방법을 알아본 뒤, 양수리까지 직접 차를 몰고 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았지만 미수로 끝난 일도 있었다. ‘성공한 사업가’라는 그는 ‘사기꾼’으로도 의심받는다.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다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약식기소 됐고, 금융감독원은 그를 3년째 분식회계 혐의로 조사 중이다. 그런데도 그를 읽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곽 논설위원은 “넉넉지 않은 집에서 성장해 자수성가에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며 “흙수저 서정진의 성공 스토리는 젊은이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 회장 자신은 ‘아직 실패하지 않은 기업인’일 뿐이며 ‘흙수저’라는 말은 쉽게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미묘한 긴장 속에 셀트리온 신화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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