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눈이 내리면 낯선 소리가 들려요

등록 2021-02-05 04:59수정 2021-02-05 09:37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
캐시 캠퍼 글, 케나드 박 그림, 홍연미 옮김/길벗어린이·1만3000원

‘뽀드득뽀드득’ 말고 다른 소리가 있었던가? 아, 펄펄? 소복소복? 그건 의태어인데. 어른은 소리를 글자로 치환하곤 한다. 애써 호기심을 일으켜 세우며 첫 장을 넘겼다. 옆에 있던 6살 아들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눈이 10가지 소리를 들려준대.” “거짓말.” 아이는 어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동화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는 퀴즈를 내는 것이다. 온갖 그림과 단어가 퀴즈의 소재다. “자, 퀴즈! ‘푸르르르륵’은 무슨 소리일까?” “‘탁 탁 타다닥’은?”

<눈이 들려주는 10가지 소리>는 주인공 리나가 눈 내리는 날 10가지 소리를 발견하는 이야기다. 시력이 나빠져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할머니 댁으로 홀로 가는 길,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리나는 할머니께 그 소리를 얘기하고, 할머니는 또 다른 열 번째 소리를 들어보자고 권한다.

길벗어린이 제공
길벗어린이 제공

눈 오는 날을 묘사하는 문장은 해님처럼 반짝인다. ‘밖으로 나오니 새하얀 눈 위에서 해님이 전구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건 눈이 내린다는 뜻이지.’ 왠지 몽당연필로 썼을 것 같은 글씨체는 작은 깍두기를 닮았다. 차분하고 섬세한 그림과 어울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의 시선으로, 걷는 리나를 바라보는 장면에선 세 걸음 찍고 간 발자국도 멀수록 희미하다. 그새 쌓인 눈을 표현한 것이다. 푸르스름한 거리를 걷다가 누르스름한 집안에 들어서면 공기의 온도가 달라진다.

퀴즈를 풀며 제법 진지해진 아이는 글자(의성어)를 보고 들으며 소리를 상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른은 그새를 못 참고 소리를 해석하려 한다. 눈보라 치는 풍경과 시력이 나빠진 할머니는 희미하고 불투명한 세상을, 눈이 들려주는 소리는 침묵의 세계를 깨우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은유한다고 말이다. 4살 이상.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그림 길벗어린이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1.

천만 감독·천만 배우·300억 대작, 썰렁한 극장가 달군다

연말 ‘로코’에 빠져든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2.

연말 ‘로코’에 빠져든다, 연애세포가 깨어난다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3.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두 달만 참으면 2배 이상인데…민희진, 이달 초 이미 풋옵션 행사 4.

두 달만 참으면 2배 이상인데…민희진, 이달 초 이미 풋옵션 행사

BTS 진, 솔로앨범 첫 미국 무대는 ‘지미 팰런 쇼’ 5.

BTS 진, 솔로앨범 첫 미국 무대는 ‘지미 팰런 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