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젤라 지음/창비·1만4000원 섭식장애를 겪는 이들이 어떻게 ‘음식’과 고투하고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일부 사람들의 유별난 행동쯤으로 치부할지 모른다. <살이 찌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는 ‘폭식증이 시작된 지 17년째’라고 밝힌 지은이 김안젤라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에세이이다. 2015~2019년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이들 중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 많으며”, “10대 청소년”에게서 그 경향성이 뚜렷했는데, 지은이 역시 10대 시절 외모 콤플렉스를 겪으며 마른 몸을 동경하게 됐다고 밝힌다. 1985년생인 그는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다니던 때 우리 사회가 바라던 ‘미’의 기준과 일상에서 숱하게 들은 외모 품평 등 당시의 사회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병증이 나타난 과정을 짚는다. 의상디자인과에 진학한 뒤, 꿈꾸던 직군에서 요구되던 미의식은 그에게 ‘폭토’(폭식한 뒤 구토하는 일)를 부추긴다. 음식을 억제하면 보상심리로 ‘폭식’을 하고, 체중이 늘어날까 불안감을 느껴 ‘구토’를 하고 나면 식욕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자기혐오’로 이어지던 악순환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은 독자에게 심리적 통증을 남긴다. 폭식증을 치료하고자 병원에도 찾아가고 자신을 달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한 그는 성장 과정을 되짚어보고 마음 깊숙이 숨겨놓은 감정을 탐색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난한 시간을 기록했다. 폭식증이 재발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서는 힘을 말하고 있기에 비슷한 난관을 만난 이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될 듯하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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