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이명옥·김제완 등 지음. 시공아트 펴냄. 1만5000원
이명옥·김제완 등 지음. 시공아트 펴냄. 1만5000원
이 책은 미술책일까, 과학책일까. 책을 들쳐본다 해도 딱부러진 답을 내기엔 알쏭달쏭하다. 책을 지은 이들은 오히려 둘의 경계가 이 책에선 없기를 바란다.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시공아트 펴냄)는 미술가와 과학자들이 동·서양의 이름난 그림들을 함께 감상하며 “감성적인 예술과 이성적인 과학”을 조합해보겠다는 시도로 만든 책이다. 이미 미술과 수학을 버무린 <명화 속 신기한 수학이야기>(공저)라는 전작을 냈던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국민대 미술학부 교수)이 다시 대표집필을 맡고, 4명의 과학자 김제완 서울대 명예교수(물리학), 이상훈 가톨릭대 교수(지구과학), 김학현 서울과학고 교사(생물학),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화학)이 미술관장과 대담을 나누며 이 책을 함께 지었다.
미술가와 과학자는 명화 감상과 과학 해설을 주거니받거니 하며 이야기 18마당을 풀어낸다.
예컨대, 피카소에 관해 이런 얘기가 오간다. 미술관장은 피카소가 하나의 관점만이 절대적이라는 원근법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해 입체주의 미술을 발전시킨 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같은 과학의 발전 덕분이었다고 말하면, 김제완 교수는 이에 덧붙여 2차원, 3차원, 그리고 4차원의 도형에 담긴 과학의 세계를 해설한다. 과학자는 “피카소 같은 예술의 천재들이라도 4차원의 수학을 이해하고 이렇게 표현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지만 “이들이 가진 천재적인 영감이 이런 표현을 가능하게 했으리라”는 공감을 드러내고, 미술관장은 문방사우나 책, 꽃병, 부채 따위를 담은 조선시대 민화에서도 그 흔적을 들춰낸다.
마찬가지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상주의 창시자인 모네의 그림들에서 빛의 과학이, 속도에 집착한 미래주의 화가 발라의 화폭에서 그속에 흐르는 속도와 에너지의 과학 해설이 작품 감상과 더불어 다뤄진다.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작품은 상대성이론이 다룰만한 시간의 주제를 미술작품에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보여준다. 정선의 그림 <박연폭포>나 달리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중력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술관장과 과학자들의 ‘주거니 받거니’는 명화 안에 담긴 바다, 태양, 달 같은 자연물의 과학과 아름다움, 그리고 사람몸과 피·심장, 수염 난 여인, 임신과 젖먹이기 따위를 그린 명화 속 장면들이 지구과학·화학·생물학의 이야기로 전해진다. 이처럼 미술가와 과학자가 만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몰랐던 두 분야의 공통점 때문일 터인데 “바로 호기심과 실험정신, 탐구심과 열정”이 그것들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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