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향을 맡고 있는 최성민 대표. 최 대표 제공
<신묘(神妙)>(책과 나무). 언론인 출신 최성민 산절로야생다원 대표가 최근 펴낸 책이다. 부제 ‘한국 차 전통 제다(차 만들기)·수양 다도의 핵심 원리’가 말하듯, 책은 3부로 나눠 ‘한국 차 제다론’과 ‘한국 차 제다와 다도의 관계’, ‘한국 다도 수양론’을 짚었다.
저자는 전남 곡성군 오곡면과 고달면에 조성한 4만평 규모의 산절로야생다원에서 2003년부터 한국 전통차를 만들고 있다. 이 다원은 최 대표가 강의하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예·다학전공과정 학생들의 제다와 다도 실습 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는 2년 전부터 곡성군 지원을 받아 한국 전통 제다·수양 다도 보급 프로그램인 ‘힐링 곡성 야생차포레스트’도 운영 중이다. 2017년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한국 수양 다도의 모색-<다부>와 <동다송>을 중심으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한국 차에 대한 기록을 남긴 이운해(1710~?)와 이덕리(1725~1797), 정약용(1762~1836), 초의 선사(1786∼1866) 네 사람이 한국 차에 끼친 영향을 비중있게 다뤘다. 부안현감을 지낸 이운해는 한국 차 제다에 대한 최초 기록인 <부풍향차보>를 남겼고 남도에 유배당한 진보적 지식인 이덕리는 차 전문서 <동다기>를 썼고 정약용도 차 시를 여러 수 남긴 차 애호가였다. 초의 역시 다도서 <동다송>을 남겼다.
저자는 이 저술들의 내용에 바탕을 두고 “한국 차 문화의 중심이 불교이고 초의차(덖음잎차)가 한국 전통차의 대표라는 주장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차 변천에 대한 그의 추론은 이렇다. “한국 차 제다법은 초기에 ‘어린 생잎 짓찧어 차떡 만들어 불에 쬐여 익히고 말리기’(떡차, 이운해가 기록한 생배법 중)에서 ‘찻잎 쪄서 찧어 불에 말리기’(이덕리 증배법), ‘어린 찻잎 불에 쬐여 익히고 말리기’(잎차, 초의 초배법)의 단계로 진화해왔거나 세 방법이 동시에 전개되었다.”
그는 초의가 한국 차 문화에 끼친 공을 두고는 이렇게 썼다. “초의와 <동다송>의 위대성은 초의차가 덖음차로서 한국 전통차의 전범이라는 데 있지 않고 초의가 차와 다도의 본질을 밝혀 한국 차와 제다의 지향점을 제시한 데 있다. 초의는 제다를 다도의 한 과정으로 포섭하고 제다와 다도가 동양 사상 수양론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임을 천명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차 문헌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이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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