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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전학자가 인솔하는 ‘그랜드투어’ 동행할까요?

등록 2021-02-26 04:59수정 2021-02-26 09:20

그랜드투어 그리스
강대진 지음/도도네·2만3000원

‘당장은 그럴 수 없지만, 떠나라 그리스로!’

<그랜드투어 그리스>는 서양인문기행에 목마른 여행자를 위한 책이다. 지은이가 밝혔듯 그리스 도시의 숙박이나 교통을 소개하는 안내서는 아니다. 책을 집어드는 순간, 독자는 17세기 영국 상류층 자제처럼 신화와 역사와 철학의 원천을 되짚는 그랜드투어 일행에 이름을 올린다. 중심도시 아테나이(아테네)를 둘러보고 크레테 섬을 거쳐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돌아와 코린토스 운하를 타고 스파르타와 올림피아도 돌아본다. ‘인솔자’는 수천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꾼 서양고전학자 강대진.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그리스 신화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온 그는 옛 폐허 앞에서도 기원전 5~6세기 부흥했던 그리스 문화를 실물화상기로 재현한 듯 눈앞에 펼쳐 보인다.

민주주의 훈련장 아고라, 플라톤의 학원 아카데메이아, 페르시아군을 물리친 현장 마라톤, 아폴론의 섬 델로스, 동서가 격돌했던 현장 살라미스, 신성한 참나무가 신탁을 내리던 도도네…. 여정을 잇는 촘촘한 여행지마다 신화와 역사가 말을 건다. 아레스 언덕에서는 테세우스에게 납치된 아마존 여인의 비명이 들리고, 베네치아군의 포탄에 무너져내린 파르테논 신전 앞에선 “2천년 동안 멀쩡했던 고대의 경이”가 되살아난다. 델로스동맹의 기금을 보관하던 공간까지 자분자분 들려주는 책은 예비 여행자에게 아는 만큼 보이게 할 것이다. 현지에서 직접 찍은 사진 등 200점이 넘는 컬러 도판과 각종 유적지 설계도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대중영합독재 방지용 인기투표에 쓰였던 도자기 조각 ‘오스트라콘’ 사진이나 회의 때 발언시간을 제한했던 물시계 등은 아테나이 민주정을 증언한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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