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인간’이라는 신화…언론과 부정편향이 낳은 결과
“인간은 본성이 선하다기보다 좋은 측면을 강하게 선호한다”
“인간은 본성이 선하다기보다 좋은 측면을 강하게 선호한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인플루엔셜·2만2000원 거대한 재난에서 인간은 선의를 발휘할 수 있다. 이 명제는 상식과 달라 보이지만 구체사례를 들여다보면 조금씩 납득하게 된다.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하며 도시를 마비시켰다. 언론은 도시 곳곳에서 성폭행과 총격 사건, 살인이 벌어졌다고 보도했지만 오보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구조대를 조직해 식량과 의복, 약품을 얻은 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자원봉사자도 재난현장에 줄줄이 도착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때 한 학생은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줬다.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교사도 있다.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의 선함이 발휘된 여러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의 본성은 과연 이기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휴먼카인드>는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 인간의 본성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검토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섣부르게 성선설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이 책은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설교집이 아니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라며 “다만 우리는 우리의 좋은 면을 강하게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왜 이 세계는 여전히 폭력으로 넘쳐날까. 지은이가 짚은 원인 가운데 하나는 언론이다. 언론은 세상의 나쁜 면만을 주로 보도한다. 인간의 뇌도 ‘부정편향’이라는 인지적 오류를 범한다. 뇌는 부정적 사건에 더 민감하다. 지은이의 주장을 보면 인간의 폭력과 이기심은 어쩌면 본성이 아니라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물일 수 있는 셈이다.
갑작스럽게 많은 눈이 내린 지난 1월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한 시민이 거리 노숙인에게 자신의 외투와 장갑을 벗어주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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