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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제품’보다 ‘커미션’이 중요한 무기거래의 정치경제학

등록 2021-02-26 09:51수정 2021-02-26 10:07

어둠의 세계: 무기산업을 둘러싼 부패의 내막과 전쟁 기획자들
앤드루 파인스타인 지음, 조아영·이세현 옮김/오월의봄·4만2000원

총과 폭탄, 탱크, 미사일과 드론 등을 떠올리면 인류가 이룬 문명에 의문을 품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든 무기 그 자체의 역설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기산업을 둘러싼 부패와 탐욕, 학살과 범죄는 상식을 넘어선다. 부패 감시를 위한 비영리단체 ‘코럽션워치’ 창립자이자 활동가인 앤드루 파인스타인이 지은 <어둠의 세계>는 오늘날 무기산업의 거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파헤쳐 폭로하고 고발한다. 900쪽에 이르는 이 책은 인류의 무기산업이 얼마나 복잡하고 방대한 ‘은밀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었는지를 웅변한다.

이 책의 상징적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자 주미대사를 지낸 반다르다. 책의 첫 장면은 반다르와 미국 대통령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무기거래와 부패·비리가 뒤섞인 최악의 사건은 사우디와 영국간 최대 무기거래로 반다르 등 사우디 왕족들이 맹활약한 ‘알야마마’ 사업이다. 무기산업을 이해하는 데 반다르가 중요한 것은, 무기산업이 질 좋은 무기를 위한 거래가 아니라 ‘커미션’ 자체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서다. 반다르가 알야마마 사업 대가로 받은 뇌물만 20년간 10억파운드(1조6000억원)에 이른다. 영국 수사기관은 이 거액의 뇌물수수 사건을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도 처벌하지도 못했다. 무기산업의 부패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류 현상’이다. 무기보다 뇌물이 중요한 무기산업의 생리는, 무기를 소모하기 위한 전쟁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부패한 무기중계상들은 돈이 되면 가리지 않고 무기를 공급한다. 비밀계약과 이중계약의 결과, 무기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또다른 역설이 만들어지는데, 아프가니스탄에 팔려나간 미국 무기가 이슬람 반군세력에게 유입되고 이 무기는 다시 미국을 향해 사용된다. 미국 등 서방세계를 공격한 무기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아이러니는 이런 구조의 결과다.

무기산업의 ‘어둠의 세계’는 어떻게 밝혀야 할까. 복잡하게 얽힌 구조적 문제 탓에 부패와 비리의 책임을 묻는 일조차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대량학살과 빈곤 문제의 원인이면서 민주주의 후퇴의 주범이기도 한 무기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질적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어둠을 밝힐 빛을 집요하게 비춰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 생산부터 거래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지속적으로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무기거래조약 체결이 강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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