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를 했는데
박지혜 글·그림/씨드북·1만2000원
‘새로운 시작’은 설레고 벅차면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의 마음도 딱 이렇다. 이때껏 잘 성장해준 아이의 새 출발이 흐뭇하면서 한편으론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그림책 <파마를 했는데>는 이런 부모의 마음이 담겼다.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헌이 엄마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글자도 뒤집어쓰는데, 더하기 빼기도 엉터리인데, 의자에 바르게 잘 앉아는 있으려나, 키가 작아서 맨 앞에 서면 어쩌나.” 걱정거리에 파묻혀 있다가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헌아, 파마 한번 해볼래?”
헌이는 친구들이 ‘뽀글 라면 머리’라고 놀릴까 봐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공룡 로봇을 사주겠다고 약속하자 미용실로 향한다. 머리카락을 곱슬곱슬하게 볶는 지루한 시간을 참던 헌이는 엄마가 원장선생님에게 속삭이는 말을 엿듣는다. “내일이 입학식인데 조금이라도 더 커 보이게 하고 싶어 파마를 시켰잖아요.”
입학식 당일, 키가 작은 헌이는 파마가 무색하게 1번이 된다. 그날 헌이는 일기장에 이렇게 쓴다. “나는 오늘 초등학교 잎팍식을 했따. 진짜 초등학생이다. 맨앞페서서 성생님이 내손을 잡아주셔따. 1번이라서 기분이 참 조아따.” 맞춤법, 띄어쓰기는 엉망이지만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듯 ‘1번이 좋다’고 일기를 쓴 믿음직한 헌이를 보며 엄마는 괜한 걱정들을 날려버리지 않았을까.
<파마를 했는데>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지은이가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시절을 떠올리며 쓴 ‘첫 책’이다. 지은이는 책 마지막에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힘이 있다”며 “따뜻한 눈빛으로 느긋하게 아이를 믿고 바라봐달라”고 조언한다. 6살 이상.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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