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대전환: 하버드 ESG 경영수업
리베카 핸더슨 지음, 임상훈 옮김, 이관휘 감수/어크로스·1만8000원
자본주의 이후를 내다보는 것보다 인류 멸망을 상상하는 편이 더 쉬운 세상이다. 젊음의 윤기는 퇴색했을지언정 자본의 심장은 여전히 팔팔하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불평등 심화와 환경파괴 같은 내재적 위험을 잉태하고 있다. 위험은 사회화하고 보상은 사유화하는 자본의 탐욕이 결국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다.
<자본주의 대전환>은 기업과 비즈니스가 자본주의의 구세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기업이 유해 쓰레기를 강에 버리고, 정치를 통제하고, 가격 담합을 밀어붙인다면 부의 확대는커녕 스스로의 존립 근거마저 파괴할 수 있다고 봐서다. 파멸을 피하려면 발상의 전환과 함께 게임의 규칙을 바꿔야 한다. 지은이는 기업을 향해 각종 규제의 득실이나 따지는 방어적 자세를 넘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라고 제안한다. 기업이 소수자를 포용하고 기후변화를 막는 데 앞장서라는 얘기다. 올바른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고 동시에 세상도 바꾼 사례는 드물지 않다. 아마존 산림을 파괴해 키운 콩을 더는 사지 않겠다는 한 대형 곡물회사의 ‘콩 모라토리엄’ 선언이 브라질 정권을 바꾼 것도 그중 하나다.
이 책은 규제 없는 자유시장, 주주가치 극대화, 성장을 위한 성장을 부르짖는 신자유주의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최근 논의들과 궤를 같이한다. 그 자리를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주창하는 담론이 대체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기업도 부쩍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세를 외면할 수 없어서이겠지만, 유행은 종종 옷뿐만 아니라 태도까지 바꾼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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