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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재·보궐 선거는 역사를 바꿀까

등록 2021-03-19 04:59수정 2021-03-19 09:37

전국투표전도 2021: 우울한 재보궐선거 꾹 참고 바라보기

조현익·안일규·오현주 지음/스튜디오 하프-보틀·2만1000원

어떤 재보궐 선거는 역사를 바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선 국회의원이 된 것은 1998년 제15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였다. 그는 반년이 지나 보좌진들에게 부산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바보 노무현’이 시작된 선거였다. 다른 재보궐 선거에는 관심이 적다. 오는 4월7일에는 경기도 파주시의회 가선거구 시의원을 뽑는 재보궐 선거가 열린다. 안소희 진보당 경기 파주시의회 시의원이 지난해 5월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을 받아서다. 2012년부터 2013년에 열린 통합진보당 행사에서 ‘혁명동지가'를 불렀다는 이유로 그는 피선거권을 잃었다. 남한과 북한, 미국 정상이 만나기도 하는 시대지만 국가보안법은 투표권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국투표전도 2021: 우울한 재보궐선거 꾹 참고 바라보기>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슈부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4·7 재보궐 선거의 작은 사실들을 다루는 투표 가이드북이다. 조현익 그래픽디자이너는 디자인의 힘을 빌려 50대 남성의 전유물이던 정치텍스트를 독립잡지의 문법으로 풀어냈다. 책은 재보궐선거의 정의와 역사, 주요 이슈 등을 다룬다. 전업 사회운동가와 전업 정치인은 부산과 서울의 여러 문제를 정리해준다. 특히 경기도 파주 시의원 선거 등을 다룬 3장 ‘시·도지사 이외의 재보궐선거’는 중앙정치 중심의 한국 정치를 지역적이면서 역사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독립계간잡지 같은 이 책은 우선 정보를 건조하게 전달한다. 이후, 감정과 통찰을 실은 인터뷰로 주요 이슈를 해석한다. 책이 알려준 정보와 주장은 흥미롭다. 울산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7년 기준 9114만원이었다. 한 부산 지역정치인은 가덕도 신공항에서 이뤄질 토목공사는 서울의 건설사가 아니라 부산지역의 건설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투표전도> 시리즈는 2018년도부터 제작됐다. 이 책에 필요한 비용은 시민 253명이 십시일반 후원했다. 정치에 폭넓고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시민들이 있다면 앞으로도 이 책은 계속 발간될 것이다. 선거를 향한 관심은 지역의 일상부터, 한국사회의 역사적 향방까지 바꿀 수 있으려나. 책을 읽으니 이 질문 하나가 남았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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