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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람·박민희·김은수 지음/라곰·1만5500원 “김 검사님, 출산휴가 들어가시는 것이니, 1차장님께 인사드리고 가셔야 하지 않을까요?” 김은수(필명) 검사는 ‘인사’ 하려다 세상과 영영 작별할 뻔했다. 쌍둥이 임신 31주에 찾아온 돌연한 복통. 3일 연가만 써도 검사장 보고까지 올라가는 삼엄한 조직에서 무려 출산휴가를 당겨 쓰는 것이니 인사는 필수라고들 했다. 그렇게 찾은 차장 검사실에는 보고를 위해 대기하는 검사로 바글바글하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출산 인사를 마친 김 검사는 바로 응급수술에 들어가는데…. <여자 사람 검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직적인 조직, 검찰에서 일하는 세 여성 서아람·박민희·김은수 검사가 함께 쓴 에세이다. 9년차 검사이자 도합 일곱명의 아이를 키우는 이들은 왜 검사가 됐는지, 엄마라는 정체성이 검사라는 경직된 직업을 어떻게 말랑하게 확장시키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검사는 결혼생활과 병행하기 어려운 일인데 잘할 수 있겠냐’는 면접관의 성차별적 질문에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저는 법과 연애하고 사건과 결혼하겠습니다!”, “시댁 어른들께 예쁨을 받아 양육을 부탁드릴 것입니다!” 당차게 답변했지만 당면한 현실은 훨씬 더 ‘하드코어’였다. 난임으로 새벽 5시 과배란 주사를 맞고 출근하던 김 검사는, 화장실에서 낳은 아기를 빌딩 밖으로 던져 죽인 사건을 접하고 삼신할머니를 향해 쌍욕을 퍼붓는다. 아들의 심한 반찬투정에 우발적으로 머리를 콩 쥐어박았던 서아람 검사는, 같은 행위를 했던 보육교사에게 집행유예를 구형했던 자신이 과연 옳았는가 되짚는다. (그 보육교사는 48시간 연속 일하고 있었다) “할 말 다 하는 고검 할머니 검사”가 꿈이라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검사에 대한 편견이 살살 녹는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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