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 지음, 고은미 옮김/도서출판 b·2만6000원 일본의 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의 <문학론집>이 번역 출간됐다. 2016년 일본에서 나온 <정본 가라타니 고진 문학론집>(이와나미서점)의 완역본이다. 2007년 도서출판 b가 <세계공화국으로>를 펴내며 시작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이 이로써 19권에 이르렀다. 가라타니는 이 책 서문에서 직접 밝혔듯 “1969년에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 <일본근대문학의 기원>(1980)을 쓴 이후로는 (…) 사상가로서의 작업에 전념”해왔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문학평론으로 방향을 튼 가라타니가 문학이 담아내고 반영하는 사회와 역사, 사상과 철학에 대한 비평과 이론으로 확장해 나간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번 책은 가라타니가 “(1960년대 후반부터 작업해온) 문학비평을 한 권으로 정리”한 결과물인데, 다만 “(사상가로서 작업에 전념해온) 내가 과거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가를 알기 위해서이지 문학비평 자체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이 책의 목적을 설명한다. ‘근대문학의 종언’을 선언한 가라타니는 이 책에서 두가지 중요한 대목을 명확히 하는데 “일찍이 근대문학의 ‘기원’을 쓴 내가 드디어 그 ‘끝’을 고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애초에 근대문학의 ‘기원’을 물었던 것은 이미 무언가의 ‘종언’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근대문학의 기원에서 르네상스적 문학의 종언을 발견했”는데 “후자가 어떤 형태로든 재귀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단념하지 않았다.” 가라타니는 석사논문부터 최근 강연까지, 40년간의 문학비평 작업 중 12편을 직접 골라 이 책에 담았다. 1부 여섯편은 처음부터 글로 쓴 것이며, 2부 여섯편은 강연 등 말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로런스 더럴(석사논문)과 나쓰메 소세키로 시작해 모리 오가이, 사카구치 안고, 나카가미 겐지 등을 거쳐 다시 소세키로 마무리 되는 이 책은 가라타니가 논해온 ‘근대문학의 종언’과 ‘그 가능성의 중심’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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