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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야기

등록 2021-03-26 06:59수정 2021-03-26 16:21

[책&생각] 책거리
책에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경계를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은 편견에 기댄 예측을 무너뜨리고, 독자에게 기쁨을 선사합니다. 개념이 눈앞 현실로 나타나고 모호가 구체의 형상을 입게 되면, 그 뿌듯함은 형언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진면목이란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요. 감히 위대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책에서 자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이야기에 있습니다. ‘나들’의 이야기에서 얻게 되는 재미는 빠져들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합니다. 이야기의 힘을 만끽하는 일이 책읽기의 가장 큰 희열입니다. 많은 이들이 꿋꿋이 써내려간 ‘나의 이야기’는 문학적 잣대를 뛰어넘는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모여 더욱 큰 힘을 만들어냅니다. 그 힘은 다툼과 대결에 쓰이지 않습니다. 함께 품고 함께 나누는 것이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그러니 이야기는 가두어 독점될 수 없습니다.

경험 없이 알 수 없는 출산 이후의 극심한 고통을 책이 아니면 생생하게 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의학의 발전에 희생된 약자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도 책 덕분입니다. 책은 남녀로 단순화할 수 없는 성에 대해 찬찬히 이야기해주고, 아련한 그리움에 빠져들게 하는 유년의 기록은 마음을 쓰다듬어줍니다. 천운영 작가의 식당 운영기, 한승원 작가가 돌이켜보는 삶의 이야기, 시진핑의 중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가라타니 고진이 말하는 가능성의 이야기, 잔잔한 슬픔과 기쁨에 잠기게 하는 생전 장례식 이야기….

이야기 없는 삶은 어떤 의미도 없을 것입니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인류는 없었겠죠. 이야기에 구원이 있고 희망과 미래도 있을 것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말하고 쓰고 듣고 읽으며, 나누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힘을 잃지 않도록, 우리 곁에 머물도록.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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