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문학 5단체는 31일 정부의 문학 분야 지원 소홀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들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계획에서 문학 분야가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비해 크게 소외되었다며 개선책을 요구했다.
문인 단체들은 ‘문학생태계 복원을 바라는 문학 5단체 공동 성명’에서 “예술 생태계 복원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 1569억원에서 문학 분야 배정 예산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문화예술계 코로나 극복을 위해 추가로 편성한 기금 351억원에도 문학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최근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계획에서 문학 분야에 배정된 기금이 전액 삭감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이에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붙들고 있던 많은 문학인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은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시행한 ‘코로나19 문학 분야 피해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작가의 65% 이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창작 및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술인 연평균소득 조사에서 문학인은 연수입이 549만원으로, 예술인 평균소득 1281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장기화한 지금, 문학인들은 예술가로서의 품위 유지는커녕 최소한의 인간 생활 조건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고 호소했다.
문인 단체들은 “문학 분야에 대한 이와 같은 홀대는 그동안 한국 정신문화의 기저를 지탱해온 문학 생태계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견디는 게 백신이라면 사회 불안과 절망이라는 바이러스를 버텨내는 건 문학과 문학인들의 상상력이기도 하다”며 문학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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