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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차가운 기술에서 읽어낸 삶의 온기

등록 2021-04-02 04:59수정 2021-04-02 10:52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일상을 만든 테크놀로지

최형섭 지음/이음·1만6000원

2020년 극적으로 생필품 반열에 오른 마스크는 단순한 헝겊이나 부직포 조각보 같지만 지난해 일반 마스크와 KF-80, 94, 99 등을 놓고 벌어진 비말 논쟁은 마스크도 테크놀로지의 산물임을 새삼 확인시켰다. 과학기술사학자인 저자는 “당장 숨 쉴 만한 한 줌의 공기를 스스로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서 마스크를 “각자도생의 공기 기술” 사례로 본다. 그런데 같은 보건용 마스크라도 ‘미세먼지의 마스크’와 ‘코로나19의 마스크’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마스크는 위험한 공기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기능 외에도 혹시 내 코나 입 속에 있을지 모를 바이러스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스크, 담배, 우유, 라면 등 일상이 되어 기술의 산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물건부터 현대의 도시를 구성하는 전력망, 아파트, 지하철, 대중의 삶과 인식에 혁명전 전환을 가져온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등 생활 속에 자리 잡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야기를 유영하듯 자유롭게 풀어낸다. 그 안에는 오래된 신문에서 찾은 기술 진보의 역사와 기술 너머에서 작동하는 배후에 대한 통찰, 기술과 인간의 거리에 대한 명상이 있다. 무엇보다 이책은 단순히 기술발전에 대한 예찬이나 비판 같은 이분법을 벗어나 독자로 하여금 한 발짝 떨어져 우리 삶을 구성하는 기술의 산물들을 편견없는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문과로 가라는 담임 선생님의 조언을 무시하고” 공과대학에 들어간 학생의 전문적 지식과 ‘문과적 성향’이 잘 직조됐을 때 대중독자들에게 얼마나 흥미롭고 매혹적인 기술 교양서가 나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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